컴퓨터와 인터넷은 급속한 지식 확산의 시대를 만들었다. 더불어 기술의 진보는 앞선 이야기처럼 인력(사람의 물리적 힘)을 넘어선 더 큰 능력을 사람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사람의 손가락 끝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식이 주는 힘은 이제 확실하게 일을 해내는 바탕이 됐다. 산업 혁명을 통해 선진화된 대부분의 국가들이 보편적 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공교육을 의무화한 이유는 제대로 아는 노동자가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 사회에서 기계라는 물건을 쓰는 환경으로 변화되어 작업의 효율은 기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지 여부에 직접적으로 비례하기 때문이다.
보편 교육을 보더라도 생활 지식을 위한 일반 교육과 직업과 관련된 전문성을 쌓기 위한 고등 교육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는 애매한 중간 성격을 갖고 있지만, 대학은 대부분 간다는 인식상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일반 교육 영역으로 본다.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이 직업에 필요한 높은 수준(혹은 기본기 수준)의 지식을 가르치는 고등 교육 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보편 교육 체계는 일상의 상식과 인식에 대한 교육을 위주로 한다. 사회라는 집단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적인 사고 방식과 함께 공동체 일원으로 행동하기 위한 예절 규범도 중요하게 배워야 할 내용이다. 사람에 따라 학습 수준의 차이에 따라 폭과 깊이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걸 배우는 건 맞다.
고등 교육은 전문 영역에 대한 심화된 내용을 학습한다. 사람을 만날 때 MBTI를 질문하는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갖는 유전적 특징과 부합하는 “일”이 존재하고, 그 일을 했을 때 최대의 효과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다. 전문화된 기술을 학습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분야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전문가들의 업적들이 쌓여있다. 평생 공부해도 다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직업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혹은 체계적으로 분류된 내용을 배운다. 고등 교육 체계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위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은 전문 지식을 공부하고, 석사는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박사는 왜 공부하는지를 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낸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단계를 거치면서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뾰족하게 갖춘다.
지난 학생 시절을 돌이켜보고, 현재 아이들의 현재 학교 수업 내용을 봐도, 왜 고등학교에서 미적분과 확률 및 통계를 배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다른 과목도 이해할 수 없는 교육 내용들이 많다. 일이 아닌 일반 사회 생활에서 미적분을 쓸 일이 몇 번이나 되겠는가?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번 있었던 것 같다.) 한국 교육 체계에서 고등학교를 보편 교육으로 분류하는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직업을 위한 고등 교육을 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요즘처럼 지식 학습 속도도 빠르고, 체격적으로 준비된 상황에서는 독일의 사례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또한 대학은 전문성이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재를 길러내야 하지만 양산하고 있는건 아닐지 우려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안타깝지만 현실이 되었고, 단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냥 직업이 아닌 좋은 직업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고연봉과 함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는 큰기업과 같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제한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대학은 개인의 경쟁력을 학위로 증명하기 보다,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한 “어느 대학”이라는 자격증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시점의 현실은 소위 좋은 회사의 신입 사원 채용 대상은 인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이어야 신입 사원 관문을 뚫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인서울이면 다 같은 “서울대”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회사가 문제인가 대학이 문제인가? 어느 한 쪽의 문제라기 보다는 서울에 과밀된 인구가 문제라고 본다. 인구의 집중은 기회의 집중을 의미하고, 거주비를 포함한 높은 경쟁 비용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높은 위치에 있는 소수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해결 가능하고 큰 두 주체인 회사와 대학의 노력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보편 교육과 고등 교육을 염두에 두고 보더라도 사회는 교육 환경을 통해 구성원에게 보편성과 전문성을 갖춘 T 자형(혹은 쐐기형) 인재가 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재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높은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T의 쐐기를 깊게 만들 것이다. 필요한 이유(동기)가 있다면 배울 것이고, 배운 내용이 본인의 지적 자산이 되면 쐐기의 한 계층으로 쌓일 것이다. 높은 동기가 자극제로 동작해 결과로 누적된 것이 역량(지적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P=MxA 형태로 성과를 간단한 도식으로 설명했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P, M, A는 독립 변수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 의존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시점만 두고보면 각각이 독립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시간 흐름에 따른 장기적인 변화를 감안한다면 P, M, A 사이에 일련의 피드백 룹(Feedback Loop)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리더는 성과를 생각한다면 P(성과), M(동기), A(역량)가 상승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Positive Feedback Loop)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들 각각이 상호간 종속 변수임을 인정하고 의존성이 어느 순간에 발생하는지 조직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찰해야 한다. 특히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하지만 의도치 않은 변수에 의해 악순환 구조(Negative Feedback Loop)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가 아닌 정착 단계에서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정립되면 자연스레 높은 동기를 갖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역량이 결집되고, 높은 혹은 좋은 성과들이 창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순환 구조는 내버려두면 망가지기에 닦고 조이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