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안전감 – 끼리끼리의 폐해

사람을 알고 이해하는 것은 사람 사는 어디나 필요하고 중요하다. 특히 조직 사회는 목표 달성이나 성과를 내기 위해 사람 혹은 팀들의 협업이 필수다. 좋은 협업이 이뤄져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설령 결과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자부심과 함께 다음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성장의 마음가짐을 얻어갈 수 있다. 구성원이 심리적인 두려움 없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는 심리적 안전이 보장될 때, 리더와 구성원 사이의 협업은 물론 구성원과 구성원 사이의 협업도 원활히 이뤄진다.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팀 플레이는 친밀감이란 기반이 필요하지만, 리더의 판단과 결정에 친한 사이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리더 스스로 자각해야 한다. 팀이라는 조직 환경에서 친밀함은 구성원이 심리적 안전을 느낄 수 있는 장치가 되야 한다. 그러나 친밀함이 선을 넘는 친한 사이가 되고, 리더의 결정이 리더와 친한 사람들의 결정으로 다른 구성원이 인식하면 문제가 된다. 리더가 내리는 의사 결정은 온전한 책임을 위해서라도 리더 본인의 몫이어야 한다. 당연히 올바른 결정을 위해 다른 구성원의 도움을 받아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한다. 그렇기에 공적 관계 안에서 공정하게 도움을 받도록 리더가 관리해야 오해를 피할 수 있고, 도움도 편한게 받을 수 있다.

공적 관계는 공개적인 혹은 공식적인 자리를 통해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관계를 말한다. 투명성이 보장되고, 누구나 의견에 의견을 덧댈 수 있는 자유로운 자리에서 소통이 이루어져야 공적 관계가 효과적으로 동작한다. 회의 형태가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지만, 개인적으로는 책상 옆에서 나누는 대화도 공적 대화의 대표라고 생각한다. 이외에 따로 시간을 잡고 하는 일대일(1 on 1) 대화 역시 대표적인 공적 대화의 한 형태이다. 공개적으로 선언된 일대일 대화를 적극 활용하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뿐만 아니라 정보 수집의 불투명성을 제거할 수도 있다.

이에 반해 사적으로 친한 그들만의 모임과 대화를 통해 결정이 이뤄지는 구조는 지양해야 한다. 대표적인 모습이 흡연 장소나 술자리에서 이뤄지는 의사 결정이다. 흡연이 문제가 될 수 없지만 흡연하러 가는 사람의 조합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저녁 술자리 구성원 역시 비슷하다. 담배 피우는 사람과 술 마시는 사람은 일부분일 수 밖에 없고, 대체로 같은 사람들과 자리를 반복하게 된다. 문제는 이 자리에서 이뤄지는 결정에 비흡연자나 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의견은 배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원하던 방식으로 결정이 이뤄지면 다른 구성원은 리더가 일부 인원에게 편향되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갖는다. 이런 의심은 결정이 옳은지 아닌지를 떠나 리더를 신뢰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회사 구성원 사이에 형, 동생과 같은 사적 관계의 대표 호칭을 사용하는 것 역시 전체 구성원에 대해 신뢰 관계를 해치는 행동이다. 조직 안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관계에서 보편적이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 사적 호칭에 의해 특정 개인에 우호적인 결정일 수 있다는 일말의 의구심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말(言語)은 본인 스스로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편향성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 아니라고 하지만 일상적인 말의 힘으로 자칫 잘못된 의사 결정이 내려질 수 있다.

형, 동생 사이와 같은 호칭은 성차별적인 요소를 갖고 있기에 더욱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조직 사회는 남성 중심이고, 여성에게 유리 천장은 매우 두껍다. 현실의 벽이 있는 상황에서 남성 구성원 사이에 형, 동생의 호칭을 듣는 여성 직원은 아무리 좋게 생각해도 차별적으로 들릴 수 밖에 없다. 이런 비판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2010년대 중반 이후 벌어진 Black Lives Matter 운동으로 촉발된 D&I(Diversity and Inclusion) 정책을 펼친 여러 기업에서도 “Hey Bro!” 라는 일상적인 인사말로 남성 직장인 사이에 쓰이던 말 역시 성차별적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Hi there”과 같은 중립적 언어의 사용을 권고했다. 전직장이었던 라이엇게임즈에서도 게임 업계에 만연한 남성 중심의 언어와 업무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참고)

개인적이지만 구성원과의 퇴직 면담에서 유사한 사례의 피드백이 있었다. 본인이 팀과 조직장과 갈등 사이에 최종적으로 퇴사를 결정했고, 상위 조직장인 나와 면담을 요청해 이야기를 진행했다. 갈등의 순간에 “왜 조직장 혹은 상위 조직장에게 본인이 직접 이야기를 할 수 없었는지? 퇴사 결심하기 이전에 먼저 이야기할 용기를 낼 수 없었는지?”를 질문했다. 변명하자면 스스로 열린 소통과 심리적 안전의 중요성을 리더들에게 강조해왔고, 친밀함을 통해 안전 장치가 동작하도록 신경써야 한다고도 이야기를 했었는데 구성원에게 동작하지 않은 원인을 알고 싶었다.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했다. 구성원의 조직장, 상위 조직장, 내가 아침마다 모닝 커피를 함께 마시며 농담하는 사이고, 종종 비공식적인 술자리를 하는 사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야기해봐야 의미없다고 스스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아차, 실수했구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나에게는 일찍 출근한 동료들과의 짧은 일과 준비 시간이 다른 구성원들의 눈에는 그들끼리의 “한통속”이 되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이후 팀장 이상 조직장 미팅에서 피드백의 내용과 나 스스로 끼리끼리 문화를 구성원 관점에서 조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앞으로 특별한 업무 내용이 아니면 따로 부르지 않을테니 오해없었으면 한다는 내용도 함께 전했다. 팀장들 가운데 “팀장은 맘편한 사람들끼리 담배 한대, 커피 한잔, 소주에 삼겹살도 안되는거냐?”라는 볼맨 소리가 있었지만, 리더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는 해줬던 것 같다. 그 뒤로는 혼자 모닝 커피를 마신다.

리더는 필요하다면 누군가 희생하는 결정을 해야 하고, 그 희생에 대가를 보장하면 안된다. 리더의 판단과 책임은 조직 전체를 대신하는 판단과 책임이다. 조직 전체의 Global Maximum을 위해 구성원 혹은 특정 팀의 희생이 필요하다면 하도록 만드는 일이 리더가 갖는 판단의 무게다. 구성원이 Local Maximum을 추구하는게 아닌 Global Maximum에 공감하면 자발적으로 응하겠지만, 아닌 경우라도 리더의 판단과 지시를 따라야 한다. 냉혹한 판단 지점에서 리더를 신뢰하기 위해서는 리더는 되도록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 피드백은 받아들이지만 리더가 직접 결정하고 공개적으로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다.

회사라는 조직 체계에서 형, 동생은 없다. 형이나 동생은 사적 관계를 의미하고, 책임을 바탕으로 움직이는 조직의 리더 입장에서 결정의 객관화와 합리성을 위해서도 사적 관계를 갖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특히나 그 사람의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게 아니라면 형이 될 수 없고, 동생이 될 수 없다. 괜히 형, 동생하다 좋은 인간 관계만 망가진다. 회사를 떠나더라도 오래 볼 수 있는 사이가 일 하나를 두고 다시 보지 못할 사이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관계는 아는 것에서 시작해서 진심이 통하는 수준으로 나아간다. 형, 동생이 진심을 만들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