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은 Comfort Zone에 머무르고 있는 구성원이 안전 지대를 벗어나 도전하며 성장하기 위한 필수 요소다. 인간은 한 개체로 보면 힘이 없는 존재지만, 집단을 이루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인간과 집단 생활을 하는 다른 동물의 차이점은 개인간 상호 작용을 통해 집단의 구조를 환경 변화에 맞춰 적응하고, 나아가 환경 자체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런 특성에 기인하여 개인의 역할은 사회 구조 안에서의 상호 작용에 따라 변화한다. 사회와 개인의 변화가 기록되었을 때 이를 역사라 부르고, 사회와 개인이 어떤 결정을 내려 다음 단계의 성장과 성취를 이루었는지 알 수 있다. 심리적 안전은 변화의 순간에 결정할 용기를 주고, 결과를 책임지는 자신감을 넘은 자존감을 심어 준다.
인간은 본능에 따라 심리적/육체적 안전을 추구한다. 그 중에서 생존과 먹고 사는 문제 같은 물질적인 안전이 최우선이다. 물질적 생존이 보장되면 사회 구성원으로부터 비난이나 비판이 아닌 존중을 원하고, 자신이 하는 일련의 활동이 사회의 인정과 존중을 받는 심리적 안전을 갈망한다. 물질적, 심리적 안전이 보장되면 구성원은 Comfort Zone 안에 있다고 느낀다.
반면 조직은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한다. 외부 환경이 계속 변하기에 조직의 변화는 조직의 생존과 직결된다. 외부 환경의 변화 요인은 기술 발전과 사회 조직 구조의 다변화 등 다양하다. 변화 요인의 다양성과 외부 변화를 개인과 조직이 예측하고 조절 할 수 없다는 것은 태평양 어느 섬나라에서 일어난 나비의 날개짓이 우리 나라로 다가올 태풍을 만들 수 있다는 카오스(Chaos) 이론을 통해 증명된다. 변화하는 환경을 제어할 수 없기에,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조직의 유연성이 필요하다.
조직의 유연성과 발전은 구성원이 변화를 통해 자신의 성장을 추구할 때 가능하지만 안전을 추구하는 인간 본연의 특성은 사람을 Comfort Zone에 머무르게 만든다. 지금 따듯한 아랫목에서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는데, 굳이 야생의 험지로 자청해 나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랫목 이불을 걷어차고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믿고, 기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성취를 확신할 때 구성원은 행동한다. 그러므로 이런 일이 일어 날 수 있게 역량 갖춘 구성원을 찾아 동기를 부여하고, 행동하도록 만드는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리더는 구성원의 역량과 잠재성을 확인하고, 구성원이 행동할 수 있는 용기를 줘야 한다. 역량을 갖추는 것은 구성원의 노력으로 가능하지만, 행동할 용기는 리더의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구성원이 용기를 내 도전하면,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간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그만큼 실패 가능성이 높고, 실패하면 자존감이 낮아질 위험에 처한다. 리더는 구성원에게 도전 과정에서 넘어질 수 있고, 그럼에도 괜찮다는 심리적 안정 장치를 제공해야 한다. 구성원이 상황에 따라 스스로 판단하도록 하고, 리더의 경험을 토대로 주의해야할 부분이 무엇인지 가이드를 줘야 한다. 구성원이 내린 판단의 영향이 나뭇잎 수준인지, 가지, 줄기, 뿌리 수준의 영향력을 갖는지 설명하고, 결정을 도와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의 결정에 대한 책임은 리더 본인이 질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에게 주어진 기회를 통해 자신이 그동안 갈고닦은 역량을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나는 이 과정을 위임이라고 부른다.
위임이 명확하게 동작하려면 명확한 위임의 선언과 결정 범위를 리더가 규정해야 한다. 구성원에게 특정 업무를 주도할 기회를 위임하는 경우, 리더는 함께 할 다른 구성원에게 공식적으로 선언하여 위임받은 구성원을 위한 심리적 안전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공식화 과정을 통해 구성원이 판단과 결정을 통해 업무를 리드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고, 다른 구성원도 이를 명백하게 인지할 수 있다. 그리고 상황에 따라 결정 범위를 지정해주는 것도 필요할 수 있다. 판단해야 할 상황이 매번 다를 수 있지만, 결정 범위를 큰 범주에서 정리해 주는 것은 일종의 심리적 가드레일 역할을 한다. 또한 모호한 결정 순간에 구성원과 리더가 함께 판단할 것이라는 선언 역시 위임받는 구성원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위임한 리더와 위임받은 구성원은 많은 대화를 통해 결정의 영향력을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리더는 지속적으로 위임의 동작 상황을 관찰하고, 피드백을 제공해야 한다. 위임은 업무를 주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자율권을 보장하는 것이지 무엇이든 마음대로 하는 방종이나 방임을 의미하지 않는다. 간혹 가드레일을 믿고 100km/h 구간에서 200km/h로 달릴려고 하는 구성원도 있다. 심리적 안전 장치는 구성원이 주어진 기회를 통해 성장하기 위한 안전 장치이지만 안전 장치가 모든 걸 안전하게 할 수 없다는 것도 알려줘야 한다. 특히 가드레일을 뚫고 낭떠러지로 떨어져버리면 기회가 오히려 사람을 망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리더가 주의하고 조심할 부분이다.
위임을 통해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구성원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크게 낮추는 경우라면 구성원이 보이는 자세가 겸손함인지 아니면 위험을 회피할려는 개인 성향인지 확인해야 한다. 조직 관점에서 인정하고 보상한다는 것은 그에 상응하는 가치를 구성원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역량이 올라가는 것에 합당한 가치를 만들어 조직에 기여해야 한다. 겸손함의 표현이라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Comfort Zone 밖의 Fear Zone으로 이끌어야 한다. 자신의 역량을 스스로 자각하고 기회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을 조성하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기 때문이다. 만약 겸손이 아닌 안정만을 추구하는 성향이라면, 변화하는 환경에 반응해야 하는 조직에 제대로 기여할 수 없다. 구성원이 가진 역량을 조직 관점에서 활용할 수 없다면, 리더는 구성원이 기여할 수 있는 다른 분야를 제안하는 것이 구성원 본인과 조직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과거 사례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기술 리드(TL: Tech Lead)가 필요했다. 해당 업무 도메인을 담당하는 팀장에게 새로운 프로젝트까지 맡기기엔 팀장이 수행 중인 업무가 너무 많은 상황이었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신규 프로젝트를 통해 달성해야 할 고객 가치가 명확했다. 팀원 가운데 프로젝트를 담당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과 프로젝트 팀을 리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구성원이 있지만, 리딩 경험이 전무하기에 고민된다는 이야기를 팀장에게 들었다. 이에 해당 팀원의 역량을 신뢰한다면 그 분이 역량 발휘할 좋은 기회라고 이야기 드렸다. 그리고 그 분이 가진 역량이 충분히 발현될 수 있도록 뒤에서 밀어주는 것도 리더가 해야 할 몫이라고 조언했다. 물론 너무 밀어서 낭떨어지로 떨어지면 곤란하니 상황을 주위에서 잘 관찰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구성원이 업무를 담당하면, 리딩의 가능성은 이미 확인했으니 마이크로 매니징(Micromanaging)보다는 주기적인 피드백만으로도 충분히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혔다. 이후 팀장이 TL 역할의 팀원과 논의하는 보기 좋은 모습을 지나가다 보았고, 실제 데모를 통해 확인한 결과 역시 기대 이상의 결과를 주도해서 도출해냈다. 더불어 구성원은 TL 역할을 하며 본인이 주도해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고, 팀을 통해 고객 가치는 물론 업무 효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든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되어, 새로운 리더 탄생을 기대할 수 있었다.
성장은 성장하라고 조언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본인 스스로 준비가 필요하고, 본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제대로 된 발전과 스스로 자부하는 성장이 이뤄질 수 있다. 조직 체계안에서 제대로 된 구성원의 성장을 도모하는 방법 중 하나가 위임이다. 그리고 위임이 성공적으로 동작하려면 리더와 구성원 사이에 신뢰를 바탕으로 한 심리적 안전 장치가 있어야 한다. 심리적 안전이 자신의 리더와 동료를 통해 보장된다고 스스로 느낄 때, 구성원은 주어진 기회를 활용해 자신의 역량을 증명할 뿐 아니라 더 높은 가치를 조직에 돌려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