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는 조직과 구성원의 성장을 추구하고 이를 뒷받침함으로써 조직의 목표를 달성한다.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개인과 조직이 성장하려면 실패를 피하기 보다 당당히 맞설줄 알아야 한다. 실패는 개인과 조직이 현재를 넘어서기 위한 밑거름이자 자양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도전은 항상 긍정과 부정의 양면성을 가진다. 도전의 긍정적인 면은 “할 수 있다!” 라는 마음가짐과 더불어 성취라는 심리적, 금전적 보상을 생각할 수 있다. 반면 불안과 두려움, 그리고 “난 안돼.”와 같이 자존감이 낮아지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도전에 대해 조직이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 어느 곳에 무게추를 놓는지에 따라 심리적 안전감의 존재 여부와 수준을 알 수 있다. 실패는 언제든 일어나는 일임에도 실패가 두려워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겠다는 것은 안전 장치가 없음을 구성원이 현실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로부터의 심리적 안전
조직이 긍정에 무게추를 놓기 위한 가장 큰 심리적 안전 장치는 리더에 대한 신뢰다. 팀이 일을 맡고, 그리고 일의 한 부분을 구성원 개인이 주도적으로 맡아 실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구성원이 일을 내것처럼 생각하고 주도할 때 개인 역량의 최대치가 발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실행 과정에서 이전에 해보지 않은 다른 방법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고민과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고민 시간은 최소화 해야 하고, 실행 시작 전 준비 시간도 최소화해야 한다. 구성원이 리더를 신뢰하면 고민과 실행 준비 시간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앞선 글에서 리더는 책임지는 역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리더가 책임진다는 선언으로 부족하고, 리더가 책임 진다는 것을 구성원이 신뢰해야 한다. 리더가 구성원을 책임지고, 구성이 주도한 일의 결과도 책임져 준다는 것을 믿을 때, 조직 안에서 신뢰가 동작한다. 신뢰 상황에서 구성원은 리더와 아이디어를 스스럼없이 상의하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주도적 존재로 일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계획하고, 리더와 논의할 수 있다. 리더는 업무를 주도할 주체로써 구성원을 존중한다는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혹시나 유사한 경험이 있다면 같은 점과 차이점을 나눠 공유해 줘야 한다. 주의할 점은 경험 공유가 “내가 예전에 해봤는데 말이야…”와 같이 유사 결정을 내리는 형태가 되면 안된다.
리더의 책임은 결과에 있다.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은 리더가 지지만 실제 결과 도출 과정은 일을 진행하는 구성원들이 져야한다는 것을 구분해 알려야 한다. 심리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리더십의 지원은 구성원이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방종을 의미하지 않는다. 개인이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일에 대한 주인 의식을 가져야 하고, 결과가 조직 관점에서 성공인지 실패인지 결론내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구성원이 과정에서 내린 선택이 조직의 성과에 미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 실패가 구성원의 다음 성장을 위한 자양분이 되기 위해서는 선택에 대한 책임은 구성원 본인에게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잘못된 선택이 있다면 이 부분을 본인의 책임으로 겸허히 받아들이고, 미래의 유사한 상황에서 선택 할 때, 바른 선택을 위해 무엇을 고려해야하는지 곱씹어야 한다. 조직 구성원으로의 성장은 경험의 순간에 무엇을 했고 앞으로 닥칠 미래의 시점에 무엇을 해야하는지 판단할 수 있을 때 이뤄진다. 결과의 책임은 리더의 몫이지만, 과정의 책임은 일을 실행하는 개인이 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리더는 과정 사이에 이뤄지는 결정의 영향력을 구성원에게 알리고 공유해야 한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에는 많은 결정들이 이뤄지고, 모든 결정은 결정이 미칠 파급력이 있다. 결정이 미칠 영향은 구성원 홀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리더는 파급력의 범위를 산정하고, 리더 본인의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라면 상위 리더와 협의하거나 결정을 유보 혹은 다른 방안에 대한 검토를 구성원에게 요청해야 한다.
모든 결정은 조직에 영향을 준다. 조직을 나무라 가정해보자. 나뭇잎 수준이 영향을 받는다면 일반 구성원이 결정해도 된다. 이 정도 수준의 영향은 구성원이 리더에게 알려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만약 나뭇가지 수준에 영향력을 갖는다면 가지가 부러진다고 하더라도 나무가 죽는 일은 없다. 리더가 구성원과 합의하면 해볼 수 있다. 하지만 줄기가 영향을 받는다면 자칫 나무 전체의 성장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단순히 리더와 구성원의 합의에 의해 진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상위 리더십 혹은 회사 리더십을 통한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뿌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결정은 구성원 개인이 결정해서는 안된다. 뿌리 수준의 결정은 최상위 리더십을 포함해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할 뿐만 아니라 심사 숙고를 통해 의사 결정이 이뤄져야 한다. 뿌리가 잘못된 영향을 받으면 십중팔구 나무가 죽기 때문이다. 올바른 위임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영향력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하고, 리더는 구성원에게 위임의 범위를 영향력의 관점에서 알려야 잘못된 판단을 막을 수 있다.
실패는 누구에나가 쓰라린 경험이다. 일 자체로 본다면 업무 담당자의 쓰라림이 가장 클 수 있지만 정작 가장 큰 쓰라림은 리더에게 있다.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사람이고, 구성원의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성공이라는 성취를 통해 성장하고, 구성원과 리더 역시 인정받을 수 있으면 최선이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는 구성원의 실패를 책임지는 역할로 구성원을 위한 심리적 안전 장치가 되어야 한다. 리더가 책임질 때 구성원은 리더를 온전히 신뢰할 수 있고, 다음 도전 기회가 주어졌을 때 다시 한번 손을 들고 앞서 나갈 수 있다. 리더는 결과와 과정에 대한 책임을 분리하고 위임의 수준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과정을 주도하기 위한 위임과 함께 영향력에 따른 결정 범위를 구성원에게 충분하게 소통하는 것 역시 리더가 담당해야 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