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팀(Team)으로 일한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이유는 한 개체로 뛰어난 것이 아니라 함께 뭉쳤을 때 그 이상을 만들어왔기 때문이다. 1+1이 2가 아닌 그 이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사람이다. 물론 사람이 집단으로 만물의 영장에 부합하는 모습만을 보여준 것은 아니다. 여러 집단의 충돌로 1+1이 -1을 만든 사례도 많다.
개인은 분명 물리적인 한계를 갖는 존재다. 두 다리와 두 팔의 물리적 한계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사고를 담당하는 두뇌의 한계는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제갈공명의 동남풍처럼 특정 개인의 높은 사고 능력과 함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추론 능력이 주유와 같이 물리적 한계를 보충해줄 수 있는 집단과 함께 유기적으로 움직였을 때 적벽대전과 같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팀이 긍정의 성과를 낼지 부정의 성과를 낼지는 구성원의 역량 뿐만 아니라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개인은 팀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는다. 리더 역시 구성원으로서 개인이 담당하는 역할이다.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하고, 개인의 역할이 융합해 집단의 결과를 만든다. 융합 방향이 긍정적이면 합 이상의 결과가 만들어지고, 부정적이라면 이하의 결과가 나올 것이다. 각자의 역할만으로 결과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결국 중요한 것은 융합이고, 융합을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팀에는 여러 유형이 있다. 팀원이 “가족 같은 팀”이라 좋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팀장이 팀원을 살뜰하게 챙기고, 외부 요청이나 무리한 요구에 대해 적극적으로 구성원을 대변한다. 그리고 소소한 개인사를 포함해 서로를 챙겨주고, 무리한 이야기를 굳이 요구하지도 않기에 일상 생활이 업무로 인해 침해받지 않는 상태다. 대비되는 다른 유형으로 “프로 팀”이 있다. 손흥민이 뛰고 있는 EPL(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팀이 대표 사례다. 리더인 감독을 중심으로 팀이 리그 우승을 하기 위해 경기를 펼친다. 팀 성적이 안 좋으면 리그 중이더라도 선수나 감독이라도 경질 혹은 방출된다. 선수 개인은 높은 보상에 보답하기 위해서 혹은 더 높은 보상을 받기 위해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야 한다. 같은 포지션에 혼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예비 엔트리에 경쟁자가 있다. 경쟁자보다 나은 내가 되기 위해 항상 경계해야 한다. 여기까지만 보면 가족 같은 팀이 이상적인 팀에 가깝다.
그럼 조직이 미션 달성을 위해 과감하게 도전할 과제가 있을 때 어떤 팀이 맡아야 할까? 당연히 프로 팀이 맡아야 한다. 왜 가족 같은 팀이 아닐까? 가족을 생각해보면 된다. 어느 가장도 가족 구성원을 도전이란 위험한 상황에 두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 같은 팀에서는 팀장과 구성원이 만든 울타리를 통해 안전하게 보호되고 있는 Comfort Zone안에 팀이 머물게 된다. 도전은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미션이라는 가치에 도달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전에 기여하려면 누리고 있던 것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과정을 통해 성장이라는 과실을 얻을 수 있지만 기존의 “당연한 것”에서 벗어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안전을 원하는 팀이 위험을 감수하고 다음 단계 도전을 수행해 결과를 만들 수는 있다.
이에 반해 프로 팀은 “팬(Fan)”의 가치를 지향한다. 프로 팀에게 팬은 고객이자 사용자이다. 팬이 원하는 것은 리그 우승이고, 우승을 위해 팀이 도전하길 원한다. 목표 달성을 위해 리더인 감독은 새로운 팀 구성 혹은 전술을 구상하고 실행한다. 감독은 부족한 역량을 채우기 위해 높은 몸값의 선수를 영입하기도 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선수를 방출하기도 한다. 선수에게 가혹할 수 있지만, 결과를 책임지는 것은 감독이고, 기대했던 결과에 도달하지 못하면 당연히 책임을 받아들인다.
구단이 지불하는 선수의 몸값은 이름값이 아니라 역량에 대한 기대치다. 몸값에 비례하는 역량을 팀 플레이를 통해 보여주길 기대한다. 중요한 것은 몸값 높은 선수가 골 넣는 것이 아니라, 골을 넣어 경기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우리 국민 입장에서 손흥민 선수가 경기에서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손흥민 선수가 종종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힌 것처럼 승점 3점이 팀 입장에서 더 중요하다. 스타 플레이어가 골을 넣어도 경기에서 패배하거나 비겼다면, 팀 플레이를 제대로 이끌어야 할 핵심 플레이어의 역할을 제대로 다하지 못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팀 플레이다. 승점 3점이라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조건 골을 넣어야 한다. 골 결정력을 높이기 위해 반복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 또한 직접 골을 넣으려 욕심을 부리는 것 보다는 더 좋은 위치에 있는 선수에게 패스해야 한다. 좋은 위치를 알기 위해 넓은 시야를 가져야 하고, 정확한 패스로 팀이 골을 넣을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전방 공격수라도 팀이 위기에 몰렸다면 실점을 막기 위해서는 하프라인 아래로 내려와야 한다. 내가 골을 넣었더라도 상대팀이 골을 더 넣으면 팀의 승점 3점은 날라간다. 무엇보다도 팀 플레이가 중요하고 내가 팀 플레이의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팀 플레이에서 플레이어는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본인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포지션을 감당할 역량이 없다면 기용될 가능성이 없다. 갖추고 있는 역량을 충분히 어필해야 하고,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필드에서 자신의 역량을 펼쳐야 한다. 필드 경험이 부족하면 플레이 감각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연히 팀 플레이를 통해 기여할 가능성이 낮을 수 밖에 없다. 기회는 주어지는 것이고 준비된 사람만이 잡을 수 있다. 기회를 십분 활용하는 플레이어가 본인의 역량을 다음 단계로 올릴 수 있다. 발전해야만 높은 역량에 상응하는 몸값을 요구할 수 있고, 받을 자격을 갖추려면 기회를 통해 먼저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우리가 일을 하는 분야도 프로 팀이 플레이하는 것과 같다. 모두가 몸담고 있는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와 가치 실현에 필요한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가치 달성을 위해 리더를 포함한 팀 구성원이 승점 3점을 올리기 위한 팀 플레이를 해야 한다. 성공을 통해 팀은 함께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되고, 개인은 자신의 역량이 팀에 보탬이 될 때 역량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다. 특히 이전에 검증하지 못한 역량을 보였을 때 한 단계 발전한 스스로를 확인할 수 있다. 그 결과 팀이 비슷한 혹은 더 큰 도전을 실행할 때 자신 역시 구성원으로 기여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다. 개인의 성장이 팀의 성장이 되고, 팀의 도전이 개인의 도전이 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물론 모든 경기에서 승리할 수 없듯이 시도한 모든 도전에 성공할 수 없다. 예상보다 더 큰 역량을 필요로 할 수도 있고, 환경이 변화해서 갑자기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다. 그럼에도 팀이 Comfort Zone으로 물러서면 안된다.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혹은 과정에서 실수는 무엇인지를 복기하면서 다음 경기에 승리하기 위해 준비해야 한다. 리더는 구성원의 역량을 살피고, 팀 플레이에 더 큰 기여를 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 역량이 무엇인지 피드백한다. 그리고 효과적인 팀 플레이를 위한 소통과 협업 방식을 고민한다.
리더는 결과를 책임진다. 팀 구성원은 역할을 책임지지만 팀이 시도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리더의 몫이다. 성공 경험을 만들기 위한 팀 플레이를 고민해야 하고, 구성원 가운데 누가 어떤 역할을 하는게 최선인지 리더가 판단하고 결정한다. 그리고 역할이 융화된 결과를 만들 수 있도록 구성원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정보가 투명하게 공유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역량의 다음 단계를 기대할 수 있는 구성원이 역량을 발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구성원을 파악하고, 좌절하지 않도록 피드백과 코칭을 통해 응원해야 한다. 만약 리더 본인이 직접 코칭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면 적절한 시니어를 통해 멘토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연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 플레이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구성원이 있다면 벤치로 불러들여야 하고, 감정이 아닌 사실 기반의 피드백을 해야 한다. 부족한 역량과 팀 플레이에 대해 이야기해야지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된다.
리더가 책임을 지고 회피하지 않는것이 구성원의 가장 큰 심리적 안정 장치여야 한다. 리더의 책임을 바탕으로 구성원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동료가 이를 지지해주는 심리적 환경 역시 중요한 안전 장치다. 심리적 안전이 확보되면 경험을 갖춘 동료에게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며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동료와의 경쟁이 아닌 동료의 성공을 돕는 협업 플레이가 이뤄질 수 있다. 개인의 성공을 넘어 팀이 함께 성공을 만들어 간다는 확신을 리더가 줄 수 있다면 안전을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팀 플레이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팀이 만들어 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