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안전감 – Comfort Zone

사람이라면 누구나 편안하고 싶다. 심리적 안전을 원하는 것도 편안함을 기대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인지 심리학에서 사회내 구성원의 편안함을 나타내는 용어가 Comfort Zone (안락 지대)이다. Comfort Zone에 대한 정의는 “개인이 주변 환경으로 받는 심리적인 불안이나 스트레스가 없거나 있더라도 부담없이 환경을 조절할 수 있는 상태 (a familiar psychological state where people are at ease and (perceive they are) in control of their environment, experiencing low levels of anxiety and stress.)”를 나타낸다.

편안하면 좋다. 아무것도 안해도 되고, 걱정할 게 없으니 말이다. 안해도 안전한 상태니 안해도 된다. 앞선 글에서 이야기한 심리적 안전이 굳이 필요없다. 편안하면 될 것을 왜 심리적 안전이 중요하다고 하는가? 모든 것이 완벽하고 완전한 세상이라면 좋겠지만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편안할 수 없다. 선사 시대 이래로 인간은 생존을 위해 계속 움직여야 한다. 노동의 근간이 육체일 때는 말 그대로 엉덩이를 한 곳에 둘 수 없었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로 넘어오면서 지적 활동과 발현을 통해 끊임없이 뇌를 움직여야 한다.

세상은 변했지만 삶의 연속을 위해서 우리 인간은 자의든 타의든 끊임없이 움직여야 한다. 안락하길 원하지만 변화하는 세상에 반응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변화는 언제나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고 어떤 경우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위험의 강도 역시 예측할 수 없다. 내가 입을 피해를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변화의 물결을 따라 반응할지 현재 위치에서 버틸지 결정하기 어렵다. 이런 순간에 우리는 불안하고, 위축되기 마련이다.

구한말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과 같이 외부의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외부로부터 변화를 완전하게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가 현재도 있다. 우물안에 아무리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물안 개구리다. 자신을 둘러싼 변화를 거부하는 것이 한 때는 가능해 보일지 몰라도 지속될 수 없다. 대항해 시대 이래로 우리는 연결되었고, 현재의 우리는 카오스(Chaos)적 연결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조직은 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조직이 추구하는 것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은 조직의 존재 목적, 즉 미션이다. 조직의 미션 달성을 위해서 처한 환경에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대응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구성원 역시 환경에 대응하는 조직의 움직임에 동참해야 실질적인 변화 대응과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결론적으로 구성원이 머물던 Comfort Zone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

개인이 기존 방식을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은 불안과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당연히 새롭다는 것은 모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지 못하기 때문에 내가 주도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고, 성공보다는 실패에 대한 가능성이 높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쌓았던 성과와 명성이 새로운 도전에 따른 실패로 한순간에 날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은 당연하다. 도전 과정에서 내가 할 수 있는지 혹은 내가 일을 주도하기에 적합한지 물음표를 계속 갖는다면 스트레스가 개인을 지배하게 된다. 불안과 두려움이 개인을 지배하면, 결국 팀에 전염되고 팀 모두가 불안과 두려움의 구렁텅이에 빠진다.

팀과 구성원이 불안과 두려움에 빠지기 전에 심리적 안전을 뒷받침해주는 리더십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심리적 안전을 구성원이 느낄 수 있는 조직이 새로운 도전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다. 새로움에 대한 불안과 도전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원초적 감정이다. 심리적 안전이 뒷받침된 상태에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도전은 새로움에 대한 새로운 감정, 즉 “흥분”을 발현시킨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자신의 발전과 성장을 기대할 수 있고, 쓰러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다음 계획을 준비할 수 있다. 도전을 통해 이룬 성취는 구성원의 성공 경험을 촉진시키고 다음을 위한 도파민 호르몬 분비를 자극한다. 그리고 개인의 성취가 팀의 성취, 조직의 성취로 집할될 때 개인은 우리가 함께 이룰 수 있다는 세로토닌 호르몬을 느끼게 된다. 도전을 통한 성취가 팀과 조직의 역량으로 자리잡으면 새로운 수준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구성원의 성장을 바탕으로 이뤄진 성장이 건강한 조직의 성장이다. 조직의 성장을 책임지는 역할은 리더의 역할이고, 따라서 구성원의 성장을 이끄는 몫 역시 리더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조직의 외적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한다. 변화하는 환경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팀이 어떤 대응을 해야하는지 리더가 결정한다. 그리고 이 결정에는 구성원의 도전과 기여는 필수 요소다.

리더십이 뒷받침해야 하는 심리적 안전은 구성원의 성장을 위한 안전망이어야 한다. 안전을 추구하는 것은 생존에 대한 인간의 기본 욕구다. 리더는 구성원이 인간 본연의 안전 욕구에 맞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역량의 수준에 따라 다음 역량을 쌓을 수 있는 도전 기회를 제공하고, 도전을 감당하기 위해 구성원이 가진 강점과 단점을 명확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조직의 구성원으로 요구되는 기여를 결과를 통해 완성해 이전보다 발전된 역량을 갖췄음을 증명하고 동료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역량은 말이 아니라 결과로 인정되는 것을 구성원이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주도적으로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스스로 성장한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리더는 구성원의 도전에서 실패가 성장의 과정으로 인식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실패를 무조건 감싸주는 것이 아니다.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큰 실패는 용인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성장을 위한 실패 관리가 필요하다. 리더는 구성원이 실패를 성장의 한 과정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점진적으로 목표 달성이 이뤄질 수 있도록 중간 점검을 위한 마일스톤(Milestones)을 설정해야 한다. 중간 점검을 통해 과정과 계획을 함께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방향 전환을 논의할 수도 있다. 부분 혹은 과정의 실패는 남은 경로를 수정할 기회를 줄 뿐만 아니라 실패 원인에 대한 분석은 최종 결과 달성을 위한 쓴 약이 된다. 리더가 실패를 대할 때 특히 주의할 점은 개인이 아닌 내용에 집중해야 하고, 내용을 통해 구성원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데 있다. 책임은 궁극적으로 구성원의 역량 판단 혹은 역량 발전을 이루지 못한 리더의 몫이라는 점을 잊으면 안된다.

리더는 가드라인(Guardline)을 치는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준비된 역량이 있는 구성원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도록 뒤에서 밀어줘야 하지만 그렇다고 구성원이 낭떠러지로 떨어지도록 방치해서도 안된다. 너무 낮은 속도로 간다면 밀어 속도를 맞춰야 하지만 관리를 못해 낭떠러지로 향하면 가드라인 밖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드라인 충돌로 생채기를 입을 수 있지만 다시 달릴 수 있다. 어느 지점에서 속도를 잘 못 조절했는지 스스로 알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속도내서 달려야 한다. 하지만 낭떠러지로 떨어져버리면 다시 달릴 수 없다. 리더가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리더는 구성원이 안전한 Comfort Zone을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갖도록 해야 한다. 구성원이 도전을 결심했다면 Fear Zone으로 진입한다. 불안과 두려움이 있겠지만 흥분된 마음으로 도전할 수 있도록 리더가 도와야 한다. 실수하고 실패하더라도 좌절해 Comfort Zone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 점진적으로 리더와 합의한 지점들을 통과해 할 수 있다는 스스로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 학습하고 성장하는 Learning Zone에 진입했다면 자신감이 내재화된다. 내재화된 자신감은 일상의 도전을 자신의 역량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다음 단계를 위한 자기 자신의 목표를 리더의 도움없이도 수립할 수 있는 Growth Zone의 상태가 된다.

https://positivepsychology.com/comfort-zone/

불안과 두려움은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지금까지 살아남게 만든 생존 감정이다. 인간을 단일 개체로 본다면 이 두가지 감정은 생존을 위한 필수 감정이긴 하지만 조직이라는 사회를 통해 용기와 흥분이라는 새로운 감정을 촉발하는 요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용기와 그에 따른 흥분을 촉발하는 조직의 한 축이 리더이고, 리더가 구성원의 중심점으로 개개인이 갖는 불안정 요소를 결집시켜 하나가 아닌 집단의 힘으로 어려운 환경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을 준다면 불안과 두려움은 용기로 변화되어 도전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흥분된 마음을 구성원이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