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한 팀이어야 한다. 그리고 조직도 한 팀이 되라고 일하는 방법의 하나로 원팀을 강조한다. 원팀으로 움직여야 미션과 비전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목표가 될성되어 맺어질 열매는 큰 관점에서 보면 조직과 사회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에게 현실적인 보상(인센티브 – Incentive)이기 때문이다.
보상(Incentive)과 원팀
산업 혁명을 태동시킨 바탕에는 봉건 체제에서 귀족(혹은 지주) 독식의 보상 체계가 흑사병(페스트)이라는 전대 미문의 대재앙 앞에 무너지고, 부를 축적할 새로운 기회가 상인을 포함한 귀족 이외(주로 상인) 계급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세상을 변화시킨 요인으로 보상은 일하는 입장에서 어떤 일을 할지(목표)와 얼마만큼 할지(결과)를 결정한다. 특히나 사람의 공헌과 가치를 인정하는 보상 체계는 자본주의 시대를 막론하고 인간이라는 존재로 구성된 사회가 발전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회사에서 개인에 대한 보상은 소위 얼마만한 업적을 만들어 기여했는지로 평가받는다. 기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실체화가 되어야 한다. 만들다 말거나 엎어진 경우는 실체화 되지 않았기에 기여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자주 이야기 되듯 파이의 크기는 정해져있고, 내 몫을 많이 가져가기 위해서는 경쟁해야 한다. 일에서 내가 남들보다 더 많은 기여를 해야하고,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리고 어쨋든 인정받아야 보상으로 연결되기에 평가자의 인정이라는 것 역시 경쟁의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다. 경쟁은 과정 뿐만 아니라 일의 선택 단계부터 시작된다. 큰 보상이 있을 것 같은 일을 해야하고, 일을 크게 만들어야 한다. 다만 큰 일은 누구나 언제든 만들 수 없다. 세상의 자원은 한정되어 있기에 큰 일에 필요한 제한된 자원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결국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동료와 경쟁하고, 옆 팀은 우리 팀이 꺽어야 할 대상이다. 그래야 내가 조직 피라미드에서 승리하고 높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다. 상황이 이런데 글머리에서 이야기한 원팀이 가능한 이야기인가?
회사란 무엇인가?
우리가 회사라는 목적 조직의 일원으로 일을 하는 것에 의미를 되짚어 보자. 개인 구성원이 원하는 것은 본인이 가진 능력을 발휘해서 회사가 지향하는 방향에 기여하고, 상응하는 보상을 기대하고 원한다. 보상이 이뤄지려면 회사가 보상할 수 있는 가치 실현(매출과 수익)을 해야 한다. 조직이 더 높은 가치를 실현한다면 이에 비례해 구성원에게 돌아갈 보상 여력이 더 커질 것이다. 즉, 파이를 키워야 한다.
파이를 키운다는 것은 개인 혼자의 노력이 아닌 조직 공동체 모두의 노력이 조화를 이뤄야 실현 가능하다. 접시 크기의 피자와 쟁반 크기의 피자 차이를 생각해보자. 접시 크기 피자는 한 사람이 만들 수 있지만, 모두의 배를 채울 수 없기 때문에 차지하기 위한 경쟁(눈치보기)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쟁반 크기 피자는 굳이 눈치보지 않아도 될 만큼 모두를 배부르게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크기의 피자를 만들려면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밀가루를 반죽해서 도우를 만들고, 누군가는 토핑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피자를 구울 화덕도 필요하다. 함께 맛있는 피자라는 가치를 실현하고, 맛있게 즐길 보상을 원한다면 그 만큼의 수고를 보태야 한다. 접시 크기 피자를 만들지 쟁반크기 피자를 만들지를 리더가 결정한다.
리더는 목표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구성원은 목표를 실체화하면서 결과를 만든다. 보상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하는 최대(Maximum)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 결과의 최대치는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에 부합해야 하고, 조직의 총 역량을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한다. 리더는 조직의 총 역량을 바탕으로 이룰 수 있는 최대 목표를 설정하고, 설정된 목표를 달성해서 최대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구성원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을 만들 책임이 있다.
리더의 목표
리더가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폭넓은 시야다. 좁은 시야로는 달성해야 할 최대 목표를 볼 수 없다. 때문에 목표 설정을 위해서는 직면한 문제에 매몰되지 않는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설악산 입구에서 산을 올라가야 한다고 해보자. “산을 올라갔다.” 라는 경험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해 우리가 둬야 하는 목표는 무엇일까? 입구에서 바라만 보더라도 설악산의 웅장함이 느껴진다. 흔들바위까지만 가도 충분하겠지라는 목표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거리감을 두고 설악산을 바라보면 “설악산을 올랐다.”라는 가치는 울산바위 정도는 다녀와야 한다는 목표를 설정하는게 필요하다.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래 그림의 B처럼 좁은 시야로는 정말 우리가 달성해야 할 목표 2를 지향하지 못한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A처럼 직면한 문제를 넓은 시야를 통해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당면한 문제에 대한 목표 1이 아니라 제대로 도전해야 할 목표 2를 조직의 목표로 설정할 수 있다.
목표 설정에서 넓은 시야를 통해 목표를 설정하는 것 이외에 최대치 결과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자가 역할을 나눠 실행하지만 종종 우리가 추구할 궁극적인 목표를 잊는다. 잊기 보다는 당장의 결과에 매몰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매몰 작용에는 특히 이걸 달성해야 보상 받는다는 심리적인 압박이 큰 몫을 차지한다. 함께 하는 것에 대한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보다는 개인이 조직내에서 살아남아 승리해야 한다는 자기 보호가 우선되면 정해진 혹은 할당된 목표 달성이 공동 목표에 기여하는 것보다 우선될 수 밖에 없다. 당장 우리 팀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보다 이를 늦추고 다른 팀의 성공을 돕는 것이 회사 관점에서 더 큰 이익이 될 수 있음에도 이를 포기했을 때 우리 팀의 가치가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을지 리더가 확신할 수 없다면 자기 보호 장치가 작동한다. 다른 팀의 성공보다는 내 팀의 결과가 우선이고, 시점을 놓쳐 다른 팀이 실패하더라도 그건 나의 잘못이 아닌 그들의 잘못이라고 규정짓는다.
리더의 결과 – Global Maximum, not Local Maximum
원팀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은 조직의 목표를 팀이 뒷받침 하기 위해서다. 회사 대표가 회사의 목표(Global Maximum)를 정하면 경영진은 한 팀으로 이를 뒷받침한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을 각자가 맡아 실행하지만, 상황은 시시각각 변한다. 변화의 각 시점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하고, 범위는 어느 특정 조직의 범주에 머물지 않는다. 신규 서비스 개발 속도를 늦추더라도 기존 서비스의 기능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면 경영진이 한 팀으로 전체 구성원을 조율해야 한다. 담당 조직에 취지와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Global Maximum을 추구하기 위한 각자의 목표 및 결과를 조정해야 한다. 실행에서 팀웍은 필수고, 이번에 골을 넣을 위치에 있는 개인 / 팀 / 조직이 있다면, 그를 도와 전체 조직이 Global Maximum 달성이라는 승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조직이 높은 성과를 내야겠다는 생각(Local Maximum)은 있을 수 있다. 골 욕심이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팀 승리를 위한 확실한 한 골을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공을 패스할 수 있는 팀 플레이가 필요하다.
원팀을 강조하고 요구하는 이유는 Local Maximum이 아닌 조직 전체의 Global Maximum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산업 혁명을 넘어 지식 산업 시대는 노동력이 아닌 지식의 집약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많은 기업이 가치 중심의 제품과 서비스를 실현시키고 짧은 주기를 통해 발전시키며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지 못한 기업은 지속성에 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 Global Maximum은 조직이 가진 “제한된 자원”이라는 제약 사항을 극복하고, 조직 구성원이 합심해 최대의 가치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에 반해 Local Maximum은 조직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결과에 최대치를 만들고 이에 따른 성과 보상을 추구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결국 Local Maximum은 승자 위주의 경쟁 문화를 만든다. 제한된 자원이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아닌 특정 개인의 보상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쓰이고 경쟁에 밀린 조직과 개인은 도태된다. Local Maximum을 달성한 당사자와는 무관하게 조직 전체는 경쟁력을 잃을 수 밖에 없다.
국내에서도 많은 기업이 OKR(Objective and Key Results)을 도입해 시도하고 있다. 인텔에서 엔디 그로브에 의해 시작된 OKR은 인텔이 주창한 무어의 법칙을 실현한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이를 받아들인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빅테크(Big Tech) 기업으로 성장했다. OKR의 핵심은 상위 목표와 결과를 탑다운(Top Down)으로 하위 조직의 리더가 받아 자신의 OKR을 정의하고 실행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말단의 구성원이 가장 상단의 대표의 목표를 이해하고 기여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를 “수직 정렬화”라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간과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리뷰” 프로세스다.
각자가 OKR을 수립할 때 내가 해석한 상위 리더의 목표와 결과, 그리고 결과를 내 몫의 OKR로 받아들였을 때 합당한지 그리고 다른 팀 동료와 몫 나눔이 합리적인지를 맞춰보는 과정이다. 역할과 책임에 따라 판단된 부분에서 “수직 정렬” 뿐만 아니라 “수평 정렬”을 이룰 기회이고, 상위 리더의 목표를 Global Maximum 관점에서 도달시킬 목표와 결과를 도출하는 과정이다. 제대로 동작되기 위해 원팀이라는 마음 가짐이 필수적이다. 그래야 소위 얼라인먼트(Alignment) 중심의 목표와 결과 도출이 가능하다.
국내 기업에서 OKR을 도입할 때 포기하지 못하는 부분이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개념이다. KPI 방식의 조직 목표는 숫자에 도달했는지 못했는지에 따라 성과를 인정받는다. 당연히 조직 전체가 아닌 개인 중심의 성과를 우선할 수 밖에 없고, 보상 역시 숫자를 달성했는지 여부에 달렸다. KPI 방식의 목표 및 결과 평가 방식에서 내 KPI를 달성하려면 “제한된 자원”을 쓸 수 있어야 하기에 경쟁이 발생하고, KPI대 KPI의 경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경쟁은 필수가 된다. 결국 경기에서 이기기 위한 플레이보다는 내가 경기에서 몇 골을 넣는가가 더 중요한 평가 요인이 된다. KPI 달성이 일상화된 문화에서 OKR이 동작되길 원하는 건 아이러니다.
목표와 결과는 결국 보상을 좌우한다. 역설적이게도 큰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작은 파이를 나누기보다는 파이 자체를 크게 키워야 한다. 그리고 큰 파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의 노력이 아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리더의 목표와 결과는 큰 파이를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디로 향할지, 어떤 지점에 도달해야하는지를 나타낸다. 그 과정에서 최대 결과를 만들 책임 역시 리더와 리더의 팀이 가진다. 최대의 결과는 우리 모두의 Global Maximum이어야 하지 어느 누군가만을 위한 Local Maximum이어서는 안된다. Local이 아닌 Global Maximum을 위해 모두 노력하고,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면 누군가는 해내야 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조직의 구성원이기에 원팀 마인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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