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적인 첫 리더의 경험은 팀장에서 시작한다. 물론 회사의 운영 방식에 따라 직급 체계를 정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한국에서는 팀장이 되면서 첫 리더 생활과 함께 조직에서 본인이 책임질 구성원이 생긴다. 조직에서 사람들을 책임진다는 것은 사뭇 남다르다. 혈연 관계로 맺어진 가족의 가장과는 전혀 다르고, 간혹은 가장의 무게감보다 더 큰 무게감을 느끼기도 한다. 첫 리더 역할에서 팀원과 일하는 경험은 좋던 안좋든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이후 리더 역할에 많은 영향을 준다.
소중한 팀을 맡고 있는 리더에게 “당신은 어느 팀 소속인가요?” 라고 질문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당연히 리더가 담당하는 팀이 리더가 속한 팀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럼 이렇게 되물어보자. 당신 보스(상위 리더)는 당신 팀의 구성원인가요? 이 질문에는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나의 리더가 나의 팀 구성원이라고?
속한 팀과 이끄는 팀
리더라는 존재는 일반 구성원과 다르다. 팀 관점에서 생각하면 속한 팀과 이끄는 팀의 차이가 있다. 리더와 일반 구성원과의 차이는 이끄는 팀의 존재다. 그리고 일반 구성원과 공통점도 있는데 리더 역시 상위 조직장이 이끄는 팀에 속한다는 것이다. 조직 피라미드를 폭넓게 본다면 조직 리더를 정점으로 피라미드 자체를 팀으로 정의할 수 있지만, 좁게 정의하면 직속 구성원이 팀이 된다. 그러므로 상위 리더의 팀원은 직속 팀의 팀장(리더)들이다. 이 관점에서 팀장 본인과 한팀인 구성원은 옆 팀 팀장이다.
조직이라는 틀을 생각했을 때 납득 할만하다. 하지만 정작 같은 보스를 두고 있는 리더가 한 팀이어야 하는 더 중요한 이유는 조직 목표 실현에 있다. 조직으로 뭉쳐서 일한다는 건 함께 결과를 만들기 위함이다. 종종 함께 일한다는 관점에서 수직 체계의 사일로(Silo)라는 선형적인 조직 모델을 생각한다. 수직적인 직선의 사일로라고 하더라도 집단의 힘이 필요하다. 집단의 형상을 그려본다면 동그란 모습일까 사각형일까? 인간은 이기적인 유전자가 DNA에 새겨져있기에 태생적으로 자기 맘대로 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집단으로 뭔가를 하기 위해 중심을 잡아줄 리더가 필요하고, 리더의 방향성을 집단 구성원이 따르기 위해 권위가 필요하다. 권위는 권력이고 권력자 혹은 권력 집단이 전체 구성원의 최상위가 되야 한다. 돌아가 사일로 안에 있는 집단이더라도 결국은 피라미드다.
여기서 사일로의 완결성에 대한 당돌한 질문을 해보자. 조직내의 사일로는 자율성이 있을 수 있지만 독자적인 완결성을 가질 수는 없다. 사일로든 원이든 사각형이든 상관 없이 “단위 조직”은 조직의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한다. 큰 그림이라는 캔버스 안에서 단위 조직이 본연의 결과를 만들고 이어가야 한다. 큰 점이 선으로 이어져 면으로 완성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사일로의 리더도 다른 사일로의 리더와 협력해서 보스가 보고 있는 큰 그림을 완성해야 한다.
대표 이사는 조직의 정점에 있는 리더다. 그리고 대표 이사의 리더십을 따르는 각 사업부와 직속 조직장이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 대표 이사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팀이 달성해야 한다. 사업부 수장이라는 팀원은 대표가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 사업부에서 담당할 몫과 함께 다른 사업부와 필요한 협업 요인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특히 정보 기반의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더욱 더 빠른 비즈니스 속도를 요구한다. 비즈니스 성공을 통해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미션, 비전을 이루고 싶다면 조직 전체가 빠르게 움직일 역량이 있어야 한다. 달성할 꿈의 크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개인이나 조직만으로 달성할 수는 없기에 함께 움직여야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리더의 팀은 두 개다. 리더가 팀원으로 있는 팀과 이끄는 팀이다. 어느 팀이 먼저일까? 조직의 일원으로 조직의 목표 달성을 원한다면 속한 팀이 먼저다. 리더 역시 조직의 구성원이고 조직의 목표, 바꿔 이야기하면 상위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구성원으로써의 몫이다. 몫을 실행하기 위해 다음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이 본인이 이끄는 팀이다. 담당 조직이 상위 조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기여해야 할 요소를 정의하고, 조직 시스템에서 필요한 협업을 조율한다. 팀원으로서 리더가 해야 할 역할이다.
리더의 팀원은 같은 상위 조직장을 따르는 다른 리더들이다. 그리고 이끄는 팀은 그 다음이어야 한다. 이 우선 순위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조직 안에서 일하는 것은 조직의 목표에 부응하기 위함이지 어느 개인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팀이 존재하는 이유는 합당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함이다. 팀을 대표하는 리더는 역할 수행을 통해 상위 리더가 대표하는 팀이 감당할 역할에 팀원으로 기여한다.
경쟁의 의미
혹자는 각 사업 주체가 건강한 경쟁을 통해 더 큰 목표를 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물며 빅테크 기업조차도 여러 팀이 한 결과를 향해 경쟁하는 상황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하지만 이 주장의 핵심은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실행 주체인 단위 사업 담당은 핵심 결과에 도달하기 위한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 담당 조직의 결과가 된다. 불행하게도 이 방식은 부작용(Side Effect)이 있다.
어떻든 서울에서 부산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고, 어느 길을 택할지는 현재 상황에 달렸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눈앞의 결과를 무조건 달성해야 한다는 명제가 앞서고 오늘 이 시점의 정답에 맞춘 방식을 제시하는 사람이 승자가 되면 곤란하다. 현재를 우선하는 방안은 결국 부채를 만들고 쌓인 부채는 더 큰 조직의 다음 보폭을 위한 걸림돌이 되기 마련이다. 이에 더해 경쟁에서 낙오된 누군가는 불필요한 잉여로 규정될 수 밖에 없고 사람(담당자) 혹은 담당 조직의 존립을 위협한다. 누구든 이런 상황을 좋아할리 없고, 최선을 다해 이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런 노력이 쌓이면 뭐가 될까? 결국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안주하며 외부 상황에 두 눈을 감는 것이다. 쓰나미가 닥쳐도 울타리가 우리를 지켜줄 것이라는 일말의 희망을 가지고 말이다.
원팀의 가능성 – 신뢰
원팀(One Team)은 가능한가? 리더라면 만들 수 있다. 원팀을 만드는 핵심은 리더에 달렸기 때문이다. 각 리더들이 자신이 속한 팀과 팀을 통한 각자의 기여, 그리고 팀원과의 협업을 통한 더 큰 가치에 가장 큰 우선 순위를 부여하고 행동한다면 원팀은 실현 가능하다. 팀원으로 다른 리더를 신뢰하고, 나의 기여와 다른 동료의 기여가 합쳐질 때 더 큰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하다. 이런 믿음이 선순환되면 팀원인 내가 난관에 봉착하거나 어려움에 처했을 때 나의 동료가 나를 위해 나서줄 것이기에 동료를 신뢰하고 내 등을 맡길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경기 후 인터뷰에서 원팀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손흥민 선수는 팀의 승리와 승리를 위한 개인의 기여에 대해 종종 언급한다. 그리고 본인이 골을 넣었다고 하더라도 승리하지 못했다면 승리에 대한 아쉬움을 먼저 이야기한다. 축구를 포함한 단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업 플레이다. 한 사람만 잘해서 이길 수 있는 경기는 없다. 이기기 위해서는 협업해야 하고, 협업하기 위해서는 믿을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골 위치를 잡으면 동료가 나에게 패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믿음이 담보됐을 때 단독 플레이가 아닌 협업 플레이를 통해 승점 3점을 얻을 기회가 생긴다. 내가 골을 넣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팀의 승리가 먼저여야 한다. 내가 골을 넣을 수 있는 위치라면 확실히 넣어야 하지만 골 위치에 동료가 있다면 동료에게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구성원 모두가 승점 3점을 챙기고 리그 우승을 향해 전진하는 것이 팀 플레이의 핵심 행동 기준이 될 때 원팀이 된다.
이에 반해 자신이 이끄는 조직을 먼저 챙기고 조직의 더 큰 이득을 위해 다른 리더와 경쟁한다면 원팀은 불가능해진다. 경쟁 환경은 승자 독식이라는 씨앗이 조직 시스템에 뿌려지게 하고, 불신을 전파한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기회를 절대 포기할 수 없으며, 설령 다른 팀에게 좋은 기회가 생기더라도 굳이 도울 이유가 없다. 경쟁에서 나에게 도움이 안되는 일에 굳이 힘을 보탤 이유가 없다. 그리고 절대 내 등을 남에게 보이지 않는다. 경쟁 상대인 다른 동료가 언제든 내 등에 칼을 꽂을 가능성이 존재하는 정글에서 절대로 해서는 안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완벽해야 경쟁이라는 정글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하지만 경쟁의 승리자가 되더라도 얼마나 승리가 지속될지 가늠할 수 없기에 피곤할 수 밖에 없다.
원팀은 경쟁을 통한 개인의 최고 역량이 아닌 조직을 통해 더 큰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에 있다. 천재 한명이 천명 만명을 먹여살린다고 하지만 천재 한명이 혼자 백만 천만을 위한 물건을 만들 수는 없다. 백만 천만을 위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천명 만명의 도움이 있어야 한다. 천재를 천재로 인정하고 천재가 더 큰 가치에 기여할 수 있도록 천명 만명이 믿고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천재는 그들의 도움과 헌신에 감사해야 한다. 불신 지옥에 빠져 뛰어난 천재 동료를 잃어버리는 경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