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리더 – 리더의 소통

리더는 기본적으로 말하는 사람이다. CEO처럼 최상의 리더로 말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상위 리더(조직장)의 뜻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물론 본인이 이끌고 있는 조직에 관해서는 방향성을 설정하고 전파해야 한다. 모두 말을 통해 구성원들의 동의와 공감을 만들어야 한다.

효과적으로 말하려면 충분히 들어야한다. 단순히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경청해야 한다. 어느 일방의 이야기가 되지 않도록 이해 당사자를 모아 함께 듣고 각자의 의견이 열린 공간을 통해 공유될수 있도록 토론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말이 오고 가는 사이에 직위나 직책이 방해되지 않도록 상호 존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상호 존중은 하자고 되는게 아니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먼저 낮춰야 한다.

리더가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 열린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야 하고, 같은 눈높이에서 말이 오고 갈 수 있는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을 추구해야 한다. 수평적 커뮤니케이션은 각자가 고민을 공유할 수 있고, 업무에 필수적인 정보가 관련 당사자들에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환경이다. 물론 어느 수준의 정보를 흘러가게 할지 각자 생각이 다르겠지만, 내 의견은 최대한 많은 정보가 공개된(혹은 검색 가능한) 정보 파이프라인에 흘러가는 것이다. 물론 민감 정보의 필터링은 필요하고 해야 한다. 파이프에 보낼 정보를 결정하는 것도, 연결된 파이프 라인에서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것도 구성원의 역량이다.

리더의 개방성과 전파 능력은 리더의 역량이 되야 한다. 주도적으로 일하길 원한다면 본인이 판단하는 기반 정보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열린 토론을 통해 합리성과 타당성을 동료와 함께 검증해야 한다.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하면 리더가 피드백해야 한다. 구성원의 소통 역량을 키우는 것도 리더의 몫이다.

미팅 – 오프라인 논의

회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고 결정해야 한다면 참여자들이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검토하고 참여해야 한다. 문제의 배경(Context)도 모르고 회의에 참여한다면 시간 낭비는 불보듯 뻔하다. 회의는 문제(혹은 배경)를 알지만 기대 결과가 다른 사람(들)이 진행하는 것이다. 문제를 문제로 다루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따라서 회의를 리드하는 사람은 회의 시간을 책임지고 가치에 부합하는 결과를 도출해야한다.

커뮤니케이션 섹션에서 언급했지만 회의를 만든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의도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문제엔 공감하지만 주최자와 다른 생각을 가진 참여자가 미리 고민하고 회의에 참여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다르다는 것”이 틀을 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든다. 미팅 요청에는 다음 사항이 사전에 준비되야 한다.

  • 문제 / 배경 / 기대 – 왜 회의를 하고 회의 시간을 값지게 쓰려는 이유를 기재해야 한다. 가장 좋은 건 회의 제목만 가지고도 알 수 있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꼭 이 3가지를 밝혀두는게 좋다.
  • 배경 지식 – 관련 자료가 있다면 미팅 전에 자료를 첨부한다. 배경을 모든 참여자가 동일 수준으로 알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효과적인 회의 진행을 위해 수준을 맞춰야 한다. 필요 자료를 최대한 첨부 자료로 공유한다. 첨부한 자료들은 회의 주최자가 자료 찾아 헤매는 일을 없애준다.
  • 사전 예약 – 준비가 필요한 회의는 적어도 몇 시간의 준비 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바로 회의실 잡고 시작할 수 있는 회의라면 좋겠지만, 모든 회의가 이런 행복한 경우가 아니기 때문에 참여자가 생각할 사전 시간을 안배해준다.

모든 회의는 기억의 편향성을 막기 위해 기록 돼야 한다. 개인적으로 여러번 시도 해도 안되는 부분이 회의 내용을 듣고 타이핑하면서 기록하는 것이다. 노트(정말 노트)에 핵심 사항을 정리하는 것으로 개인 기록을 남기지만 젊은 쏘카의 구성원들이 회의 집중도를 낮추지 않으면서 노트북으로 메모하는 걸 보면 어쩔 수 없는 세대 차이를 느낀다. 내가 적은 노트의 메모조차 편향성을 갖기 때문에 집중도를 낮추지 않는 빠른 타이핑은 부러움의 대상이다. 온라인으로 정리된 노트가 있다면 이를 회의록으로 링크하는 것도 좋은 회의 마무리 방법이다. 회의록은 참여자가 합의한 결론과 이후 실행 항목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인적으로 실행하고 싶은 회의 방법이 있어 이를 정리해본다.

  • 회의 주관자(혹은 내용 공유자)와 회의록 작성자만 노트북을 사용한다. 나머지 참여자는 노트북을 덮는다. 정보를 공유하고 의사 결정을 하는 회의는 중요하기에 집중해서 말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 들어야 하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이 일상인 세상에서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사람의 멀티태스킹 능력에 대해 회의적이다. 집중할 시간에 사안에만 집중하는게 좋다는게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 회의 마지막에 회의록 리뷰 시간을 5분 정도 갖는다. 논의 내용과 결론 혹은 실행 아이템이 맞게 기록됐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공유의 범위를 확인한다. 정보는 가능한 넓은 범위로 확산되는 것이 실무 진행에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만약 정보 공유가 제한되어야 한다면 범위를 확정하고 회의록에 추가해둬야 한다. 시스템이 된다면 꼭 읽어야 할 사람이 읽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 더 좋다.
  • 회의록은 검색 가능한 아카이브(Archive)를 통해 관리한다. 회의 결과물(주로 문서)이 분산되면 정말 찾기 어렵다. 단일 정보 저장소에 일관된 규칙에 따라 의사 결정을 담고 있는 문서들이 보관되면 실무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온라인 논의

온라인 논의는 주로 메신저를 활용해 텍스트를 통해 이뤄진다. 온라인 소통에서 가장 먼저 신경써야 하는건 개인 메신저와 업무용 메신저의 구분이다. 한국에서 카톡은 개인 메신저다. 본인이 리더라면 카톡으로 업무 지시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급한 연락이 필요하면 전화기 본연의 기능인 통화 기능을 쓰면 된다. 일과 삶의 구분은 다른 누구보다 리더가 명확히 해야 한다.

업무용 메신저는 시장에 다양하게 있다. 대표적으로 슬랙을 국내에서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업무용 메신저는 슬랙을 예시로 들겠다. 슬랙을 통한 온라인 소통은 채널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채널은 큰 목적을 가지고 있다. 팀이라는 조직 목적이 있고, 프로젝트라는 업무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각각에 따라 채널을 만들고 그 안에서 텍스트를 통해 소통한다. 그리고 채널 안에서 텍스트를 통해 의견 교환할 때에도 주제에 맞춰 대화가 모여야 한다. 업무상 대화는 정보가 되고, 정보는 파악될 수 있어야 한다. 슬랙을 활용한 업무 진행은 아래 2개의 글을 참고했으면 한다.

업무용 메신저를 활용할 때 주의할 점은 업무용 메신저를 카톡처럼 쓰지 않는 것이다. 특히 DM(Direct Message)을 통해 일상적인 업무 내용이 오고 가는 것에 주의가 필요하다. 일반적인 업무 요청 내용이 DM으로 오고 가면 당사자를 제외하고 누구도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업무는 팀이 하는 것이지 개인이 하는 것이 아니다. 팀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업무 담당자가 있더라도 다른 팀원이 내용을 알 수 있어야 한다. DM은 팀이 팀 단위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없게 만든다. 그리고 팀의 책임(팀 리더의 책임)이 아닌 개인 책임을 강요한다. 쏘카에서는 DM 요청은 받지 않는 것으로 규칙을 정했고, 반드시 업무 요청 채널(ask 채널)을 통해 접수된 요청건에 한해서만 처리하라고 강제 지침을 내렸다. 규정을 정착시킬 책임은 리더에게 있고, 팀 중심의 업무 진행 방식을 원한다면 반드시 지켜져야 할 규칙이다.

정보의 무기화

가능한 많은 정보를 공유해야 한다는 배경에는 정보를 무기화(Information as a weapon)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보를 몰라 조직의 기대를 달성하지 못하거나 엉뚱한 과녁을 조준해서 잘못된 결과를 만든 경우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비일비재하다. 그리고 한 팀으로 결과를 만든다는 신뢰보다 결과(혹은 성과) 중심의 경쟁이 강요되는 조직 체계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결국 조직 문화가 정보의 무기화 수준을 결정한다.

조직의 지향하는 가치가 있다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은 지향점을 향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지금까지 거쳐왔던 네이버, 라이엇 게임즈, 쏘카 모두 한 팀(One Team)이라는 일하는 방식을 천명하고 있다. 아마도 모든 기업들이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전체 조직이 한 팀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신뢰다. 신뢰를 저해하는 가장 큰 방해 요인이 정보를 무기화하는 리더이다. 리더의 이런 모습은 당연히 리더를 따르는 구성원을 감염시키고, 어떤 때는 구성원의 감춰둔 무기가 리더를 향하기도 한다. 흔히 이야기하는 사내 정치의 불행한 모습의 단편이다.

정보의 투명성은 실무 회의에 참석하는 참여자의 수로 확인할 수 있다. 충분한 회의 자료와 회의록이 제공됨에도 불구하고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 않고, 듣고만 있는 사람의 수를 확인해보라. 이 숫자가 항상 일정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정보의 신뢰성에 업무 참여자(실무자)가 의문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실무자의 시간은 결과를 만드는데 매우 중요한 핵심 자원이다. 소중한 자원이 신뢰 이슈로 막연히 낭비되고 있을 수 있다. 누군가는 배경 지식(Context) 파악을 위해 참여하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회의의 핵심 당사자로 참여한 리더 혹은 리드는 업무 진행을 위한 충분한 설명을 할 의무가 있다. 납득할 충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배경 설명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 조직내 소통 문제가 있다는 징후다. 정보가 무기화되고 있거나 구성원이 조직 리더십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나타낸다.

리더십의 소통은 존중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 먼저 다가기 위해 스스로 허리를 굽혀 높이를 낮춰야 한다. 눈높이를 맞춰 듣고 이야기해야 한다. 리더가 구성원을 존중해야 구성원도 리더를 존중하고, 상호 존중 바탕의 신뢰가 생긴다. 신뢰 기반의 대화가 열리고, 전달받은 정보를 믿고, 필요한 정보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리더십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달성해야 하는 목표는 신뢰다. 신뢰 기반의 소통이 이뤄져야 오고 가는 대화가 믿을 수 있는 정보가 되고, 구성원들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고 성취를 이룰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