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갖춘 사람은 상대적으로 뛰어나거나 완벽하다고 여겨진다. 완벽한 리더가 나에게 다가오면 누구라도 주눅이 든다. 능력과 무관하게 높은 분이 다가오면 놀라는게 인지상정이다. 만약 대표가 일반 사원 자리로 와 말이라도 붙이면 순간 얼어버릴지도 모른다. 리더는 높은 위치고, 일반 구성원은 상대적으로 낮은 위치이기에 갑작스런 리더의 내방은 누구라도 놀라게 만든다.
인간은 생존 본능 덕에 살아남았고, 불안 상황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가드(Guard, 복싱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손을 드는 자세)를 올리는 것은 인간 본성이다. 사람이 겁먹고 위협을 느끼면 당연히 가드를 유지하게 되고, 가드가 잔뜩 올라간 상황에서는 가드를 올린 사람도 상대방도 서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조직 피라미드의 하위 계층에 있는 사람은 상위 계층인 리더에게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리더가 업무를 지시하고, 지시한 업무의 결과에 따라 평가하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결정한다. 리더의 질문 하나에 이런 결정들이 내려지는 조직 시스템에서 친하지도 않은 상사가 다가와 질문하면 당연히 가드가 올라간다. 이건 구성원의 잘못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보이는반응이다.
가드를 내리게 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위협적인 상황이 아님을 스스로 느끼게 만들면 된다. 조직 피라미드에서 리더의 존재를 구성원 입장에서 생각하면 절대 간단한 일이 아니다. 간단하지 않은 일을 가능하게 만들려면 리더가 먼저 나서야 한다. 리더도 사람이고, 일하는 동료이고,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리더는 모범을 보여야하고 그만큼 완벽한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인식이 있다. 구성원뿐만 아니라 리더도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 사회는 어른에 대한 공경이 전제된 유교 문화가 사회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에 리더(어른)의 완벽함에 대한 강한 기대가 있다. 완벽함에 대한 상호 기대는 알게 모르게 서로에 대한 거리감을 만든다.
완벽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것이 가드를 내리고 함께 털어놓고 이야기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리더도 실수를 하고, 실수를 솔직히 인정하고 필요한 경우에 사과하는 모습은 리더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소통의 관점에서 나와 이야기하는 사람이 높은 위치에 있지만 실수도 할 수 있고, 이를 숨기기 위해 우기는 것이 아니라 솔직히 인정을 하면 내 의견을 이야기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할 수 있다. 가드가 내려가는 시점이다. 이런 생각이 행동으로 옮겨지면 이제 이야기가 시작되고, 이해가 동작한다.
소통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양방향이어야 한다. 양방향성을 만드는 책임은 리더십에 있다. 완벽하지 않음(Vulnerability)를 스스로 노출(인정)하고 구성원이 동질성을 바탕으로 가드를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야기를 위한 문이 열렸을 때가 상대를 솔직히 알기 위한 시작점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게 된다. 소통을 시작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