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munication
사람이 모여 사회라는 구조가 이뤄진다. 사회 공동체의 움직이는 방향을 설정하는 역할을 우리는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공동체 안에서 개인은 자신이 원하는 바를 현재의 공동체에서 얻고 있거나 미래 공동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체의 움직이는 방향에 동참해 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것은 공동체의 방향을 설정하는 일이다. 리더십은 공동체 구성원이 원하는 바를 알아야하고, 미래 구성원이 공동체의 미래에 원하는 바를 달성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사회라는 조직을 좁혀 회사라는 범위로 줄여봐도, 구성원이 생각하는 현재 가치와 미래 가치를 알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도구 가운데 하나가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이다.
소통이란
영어로는 커뮤니케이션이지만 한글로 이야기하면 소통(疏通)이라고 해석한다. 疏通을 한자 그대로 풀어보면 “물 흐르듯 통한다.”라는 뜻 풀이가 된다. 물 흐르듯이 통한다라는 의미는 뭘까? 막힘없이 언어가 전달되고, 뜻을 해석하기 위해 시간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 저 사람이 나에게 이야기하는 의미를 곱씹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다.
해석의 여지가 없는 명쾌한 소통이 필요한 시대이고, 중요성도 커졌다. 우리는 2021년부터 시작된 팬데믹을 거치면서 온라인을 활용한 대화가 크게 증가했다. 팬데믹(Pandemic) 이전에는 사람과 만나서 대화하는 소통 방법이 주류였지만,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재택이라는 새로운 근무 방법이 주류가 됐다. 팬데믹이 종료된 이후 “오피스 퍼스트(Office First)” 정책 실행으로 많은 직장인들이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재택 기간에 소통 수단인 슬랙(Slack)과 같은 메신저가 여전히 주요 소통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사람 셋만 모여도 정치를 한다는 말처럼 여러 사람이 모인 조직 내 의사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생각지 못한 비용을 추가한다. 대면 대화 과정에서도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특히 상대방의 표정이나 제스처(Gesture)를 확인할 수 없는 문자 기반의 소통은 종종 작성자의 의도와 전혀 다른 논란을 만들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의 규모를 떠나 소통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소통의 부재 혹은 단절은 구성원의 신뢰를 해치고, 갈등을 만든다. 특히 기업과 같은 사회 조직은 소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인해 성과(Performance) 저하라는 직접적인 손해를 입는다. 특히나 빠른 의사 결정을 통해 시장을 공략해야 할 테크 기업에게는 단순한 매출과 수익의 단순 문제가 아니라 미래 가치 실현 가능성까지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종 차별과 포용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 차별 문제는 미국 사회의 근원적 차별 문제를 수면 위로 올렸다. 자연스럽게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던 빅테크 기업의 직장내 차별(인종, 성차별, 성소수자) 문제로 연장되어 기업의 평판 뿐만 아니라 성장을 이루기 위해 필수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인식시켰다. 이 시점을 기준으로 미국내 빅테크 기업을 중심으로 D&I(Diversity and Inclusion – 다름의 인정과 포용) 정책을 시행하기 시작고 전직장이었던 라이엇 게임즈에서도 미국 본사 뿐만 아니라 전세계 국가의 각 오피스에서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필수 이행하도록 했다.
빅테크 기업에서 D&I 정책에 열심이었던 이유는 단순히 사회 이슈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브랜딩 차원의 접근만이 아니었다. 한국 지사에서 근무하던 나 조차도 미국 본사를 방문해 회의를 하다보면 가끔씩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적 언행이나 표현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제대로된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지도 못했고, 네이티브의 언어를 완전히 이해할 수준의 언어 소통 능력이 떨어져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확인하고 확인했던 모습이 그리 탐탁하게 받아들여질리 만무였다. 더구나 한국 시장 환경과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기능 개발 내용에 무관심한 경우도 있었다. 당연히 실제 개발 작업에 들어간 시간보다는 차이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몇 배 더 들어갔다. 결국 적시에 결과물을 만들지 못하고, 시기를 놓쳐 기업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출장으로 잠깐 머무는 이방인의 시각에서도 느껴졌던 차별과 이로 인한 성과 저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더 높은 성과를 만들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에는 틀림없다.
비교 사회와 세대 단절
차별에 대한 문제는 서구의 문제만은 아니다. 한국 상황을 보더라도 남녀 차별에 대한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된 문제였고, 최근엔 이에 더해 세대 갈등 문제가 조직 사회의 이슈로 자리잡았다. 1970년대 태어난 X세대를 기점으로 세대간의 단절은 조직내 구성원의 소통 문제를 부각시켰다. 특히 MZ 세대를 대표하는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반 세대가 사회 구성원으로 참여하기 시작하며, 이들 세대를 바라보는 X세대를 포함한 기성 세대는 “요즘 애들은 이상하다.”라는 세대 차별적 시각을 갖게 되었다.
X세대인 본인 역시 1998년 IMF와 2000년대 초 닷컴버블을 겪었지만, 자신의 눈높이 문제만 아니면 가정을 이루고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는 경제적 바탕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후 세대인 MZ 세대는 적어도 절대 빈곤이 사라진 대신 상대 비교에 의한 경쟁을 본격적으로 강요받았다. 그리고 MZ 세대는 저출산 세대다. 가족 구성원에서 한 두 자녀로 적어지면서 기대는 올라갔고 비교는 격렬해졌다. 교육이 시작되는 청소년기부터 절대가 아닌 상대 비교의 경쟁 체제에 내몰렸다. 저출산이 심화될수록 내 아이를 성공시키겠다는 기성 세대의 열망은 치열해졌고 MZ 세대의 경쟁 역시 과열되었다. 오죽하면 돼지맘이나 헬리콥터 맘이라는 신조어가 낯설지 않은 한국 사회가 되었다.
한국 사회는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뤘다. 그리고 소셜 미디어등을 통해 공유되는 풍요로운 삶의 수준이 일상적인 성공 기준이라고 강요받고 있다. 비교 중심의 사회는 이제 막 사회 생활을 디딘 사회 초년생들에게 더 높은 성공 기준을 제시한다. 당연히 이전 세대에 비해 성공은 어렵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노력하고 성장해야 한다. 그래야만 원하는 성공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교 중심 사회 구조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보다 개인에게 더 큰 의미가 부여된다.
인종 차별과 세대 단절은 소통의 부재를 만든다. 대화의 의도를 한번 더 생각한다면 제대로 된 소통이 아니다. 소통하기 위해서는 대화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야 한다.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말의 논리적인 흐름과 함께 말하는 사람 자체를 알아야한다. 제대로 알기 위해 사람이 속한 사회, 배경을 알아야 하는 이유다. 뒤돌아보면 X세대가 20대, 30대였을 때 닷컴붐에 환호하고 절망했을 때 베이비부머 세대는 이 모습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결국 소통을 위해 이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