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읽은 책인 Team of Teams와 Finite and Infinite Games에서 함께 언급된 것이 정원사(Gardner)이다.
Team of Teams에서는 자율 기반의 조직에서 리더십 모델 가운데 하나로 정원사를 언급했다. 짜여진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닌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큰 틀을 잡아주는 존재로써 정원사를 이야기한다. 자연이라는 환경은 내가 원하는 대로 만사가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잘 되는 것도 있고, 망하는 것도 있지만 정원이라는 큰 틀에서 각자가 의미를 보탠다.
정원사가 할 일은 정원이라는 공간의 의미다. 정원을 단순히 한해 잘 해보겠다고 시작하는 사람은 없다. 공간의 의미를 정의하고 몇 년에 걸쳐 완성되는 것을 지휘하는 역할이 정원사다. 되려 완성이라는 것도 정의할 수도 없다. 발전이라는 단어도 무색하다. 그저 변화가 있을 뿐이다. 정원사는 정원을 통해 바라던 것들이 바라던 대로 흘러가도록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이 관점이 자연스럽게 Infinite Game과 같은 의미를 갖는다. 완결된 목표를 향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추구한다. 나 혼자일 수도 있지만,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함꼐 의미를 추구하는 공간이 정원이다. 혹여 함께하는 사람이 없더라도 스스로에 만족하면 된다. 다행스럽게 공감하는 사람이 있다면 함께 정원 가꾸기를 하면 된다.
정원에 잔디도 있고, 허브도 있고, 튤립도 있고, 장미꽃도 있다. 모든 식물이 잘 자라야 함은 기본이다. 정원사는 거름도 주고 잡초도 뽑는다. 하지만 이에 못지 않게 해야 할 일은 웃자란 가지를 쳐주거나 과하게 자란 허브를 뽑아내기도 해야 한다. 물론 풍토와 맞지 않거나 기대만큼 자라지 못한 식물의 경우에는 과감하게 뽑아내고, 다른 작물로 대체시키기도 해야 한다. 그래야지 정원이 된다.
변화의 시대에 큰 조직은 정원에 비견된다. 허브나 튤립이 잘 되야 하는 것처럼 단위 팀들이 제 몫을 해줘야 한다. 땅을 일구고 거름을 주는 것처럼 팀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물론 상황 변화에 맞춰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 조직 변화를 실행할 수도 있어야 한다. 자연을 통해 정원이 자연스럽게 의미를 찾아가는 것처럼 조직의 각 단위가 스스로 적응하면서 의미에 기여하도록 조율자를 리더가 수행하면 된다. 리더는 의미이자 의미가 흘러가는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나는 큰 판을 꿈꾼다. 큰 판에서 내가 원하는 것은 승리자가 아니라 변화다. 과연 변화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가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