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와이프 동반으로 몇일 싱가폴에 다녀왔다. 자주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보니 되도록 예측 가능한 일정을 수립하고 여행하고 싶었다. 모시고 가는 분이 시간을 허투로 쓰는 걸 극혐하시는 스타일이시라… 맞춰드리기 어렵다. 하지만 일주일 전 날씨 확인하고 짠 여정을 전날 다시 확인하니 그나마 해가 난다던 하루마저 비 표시로 채워졌다는… 그나마 전망대 코스였는데, 이걸 어떻하나? 난감 그 자체였다.
급한 마음에 현지에 사는 친구에게 비를 대비한 옷차림을 물었더니 비가 오면 맞으면 되고, 강하게 내리면 쇼핑몰로 가면 된다는 기대와 다른 답이 돌아왔다. 실화냐? 좀 현실적인 답을 줄 것이지 진정성이 전혀 없어보였다.
현지에 도착해 여행하다보니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 됐다. 걷는 길 대부분이 지붕 통로여서 약한 비는 안젖고도 이동할 수 있었다. 정말 강한 비가 내리면 가게에서 커피 한잔하고 있으면 이내 잦아들었다. 물론 동선이 꼬이는 건 당연했고, 예정했던 일정대로 완벽히 흘러갈리 없었다. 하지만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났다는 것과 빡빡한 일정 사이의 예상 못한 쉼은 여행의 본질에 충실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쉬면서 잠깐 돌이켜보니 변화 무쌍한 환경에서 조직을 이끄는 리더가 대비됐다. 명확히 예측하고,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책임지는 사람이 리더다. 구성원들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환경을 구성하는 것 역시 리더의 몫이다. 하지만 예측대로 놔두지 않는 변수들이 사방에 널렸고, 고착화된 환경은 아무리 노력해도 바뀌지 않는다. 이 상황에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은 적응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비즈니스와 조직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언제나 예상 못한 변수와 변화가 다반사로 일어하는 것이 현실이다. 현실을 인정하고 수용해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리더가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
“여행”이라는 본질을 추구하고, 변칙을 수용하면서 환경에 적응해 “여행”의 가치를 결과로 만들어내는 것이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다시금 했다. 물론 현지를 잘 아는 친구의 피드백을 수용하는 것 역시 당연히 필요하고.
덕분에 여행 잘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