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 대한 짧은 생각

2023년을 바쁘게 보내고 나니 어느새 2024년이다. 많은 일이 있었고, 개발 조직을 넘어 이일 저일에 관여하며 정말 바쁜 한해를 보냈다. 그리고 2024년을 쏘카의 또다른 도전에 함께하며 스스로 기대치를 정리해본다. 내년 이 맘때에 한 해를 돌아보고 만족감으로 이 글을 다시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 거칠었던 2023년
  • 도전을 성장으로. 그리고 쏘카의 엔지니어 인재상
  • 쏘카2.0 – 더 큰 도약을 위한 기초 공사
  • 사람 그 자체로의 사람
  • 리더

쏘카는 상장 이후 수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2023년 중반 급격한 변침을 했다. 예측하기 힘든 시장 상황이라 기존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안정성을 우선했지만 격랑의 환경에서 쏘카의 가치를 입증하기에 충분치 않음을 자각했다. “자유롭고 행복한 이동을 실현하기 위해 과연 우리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의 답을 탐색하는 여러 시도를 바탕으로 “쏘카 2.0″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거칠었던 2023년

2023년에 얼마나 거칠었을까? CPO님이 정리한 프로젝트 자료를 토대로 진행한 프로젝트 수를 분기별로 세어봤다.

새로운 탐색을 시작한 2분기부터 확실히 진행하고 완료한 프로젝트 건수가 늘었다. 덕분에 쏘카2.0의 방향성을 수립할 수 있었다. 또한 쏘카 엔지니어링 조직의 근육도 이전에 비해 더 탄탄해졌다.

도전을 성장으로. 그리고 쏘카의 엔지니어 인재상

숫자는 쏘카 엔지니어링 조직 역량이 발전하고 있음을 말한다. 확신없던 기대가 얼추 맞아 들어 기뻤다. 이정도 탄탄함이라면 쏘카의 더 큰 가능성을 꿈꿔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기대 이상으로 발전한 역량의 원동력은 구성원 자신이다. 각자가 쓰나미 같이 다가오는 과제를 단순히 일이 아니라 도전 목표로 받아들이고, 본인의 가치 실현 계기로 활용했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엔지니어 분들이 우리가 추구하는 바를 “문화(Culture)”로 생각하고 있다는 행복 회로를 돌려본다.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순간에 야근과 특근으로 본인 시간을 희생해준 “투지”가 결과를 만들어냈다.(ps1)

물론 구성원 혼자만의 노력으로 된 건 아니다. 앞에서 땡겨주고, 뒤에서 밀어준 혹은 좌절하고 있는 어깨를 토닥여준 리드(팀장 혹은 TL)들이 있다. 리드들이 보여준 헌신에 깊은 감사를 표한다. 일이 되게 만든 1등 공신일 뿐만 아니라 주니어들이 그 이상의 몫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실패의 책임은 구성원이 아닌 리드가 진다.“라는 조직의 모토를 적극 수용해줬다. 덕분에 방어적인, 실패가 두려워 한 발자국도 안 움직이는 복지부동 조직이 아니라 넘어져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조직이 됐다.

이 과정에서 고민하고 신경을 쓴 부분은 인재상이다. 인재상에 맞춰 구성원들이 움직이고 있는가? 혹은 인재상에 구성원들이 스스로 능력을 맞춰 갈 수 있을까? 그리고 구성원이 적극적으로 호응했을 때 구성원의 업(커리어 – Career) 관점에서 도움이 될까?

단순한 바램은 구성원들이 시간을 그저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으면 한다. S/W 엔지니어로써 그 시간만큼 혹은 그 이상 발전을 기대한다. 투자다. 그리고 쏘카의 일원인 동안에는 적어도 인재상의 상승 곡선을 타고 올라갈 수 있는(혹은 그 이상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 일을 강요가 아닌 기회로 도전하고, 역량 발전이라는 값어치를 얻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리더십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이것이 구성원과 쏘카 모두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쏘카2.0 – 더 큰 도약을 위한 기초 공사

가능한 많은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이 관점에서 쏘카의 2024년은 많은 도전 과제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쏘카 2.0“이 있다. (관련 기사) 쏘카 2.0의 핵심은 단기 카셰어링과 플랜(월 단위 차량 대여)를 통해 차량 운영 효율을 극대화시켜 차량 가치(LTV – Life Time Value)를 높이고, 스테이를 포함한 여러 이동 서비스를 여정 플랫폼으로 담아내 고객 가치를 높이는 두 축을 완성하는데 있다. 쏘카가 가장 잘하고 있는 카셰어링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이동 수단으로써 차량을 포함한 고객의 여정을 쏘카를 통해 이야기하려 한다. 2026년까지 쏘카가 실현할 전략이다.

간략히 표현했지만 그림에 담긴 여러 의미 요소들을 완성하는 것은 만만치 않다. 쏘카의 차량 운영 시스템은 견고하게 현재를 지탱하고 있다. 그리고 2.0 전략의 성공 여부는 쏘카의 카셰어링이 지렛대로써 얼마만큼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더 큰 효과 발휘를 위해서는 효율성을 지금보다 끌어올려야 한다. 차량 LTV 증가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함과 동시에 차량 운영 과정의 불편 요소들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는가에 달렸다. 특히 차(Vehicle)라는 실물의 품질 담보는 정말 어렵다. 그만큼 도메인 자체가 어렵기 때문에 이해와 합의 과정이 담보되야 한다. 소통(Communication)이 엔지니어링을 통한 현장 중심, 사람 중심의 운영 효율화를 만드는 핵심이다.

쏘카 10주년을 통해 천명한 스트리밍 모빌리티는 고객 이동을 끊김없이 연결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어 2022년부터 KTX를 시작으로, 스테이(Stay – 쏘카스테이)와 쏘클(전기자전거)로 이동 서비스를 확장했다. 이미 쏘카는 차량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동”에 관련된 국내 최대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 여정의 지점과 지점을 확장된 서비스로 연결하길 희망한다. 여기에 더해 축적된 데이터는 선택을 돕는 수단이 될 것이다. 고객은 여정을 쏘카안에서 즐겁게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즐거움이 가격뿐만 아니라 편리함과 편안함이길 기대한다.

KTX – 쏘카 – 스테이(숙박)“를 이용하면서 가성비를 체감하긴 했지만 아직 서비스로써 편리함과 편안함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느꼈다. 고객 여정을 서비스를 통해 담아낼 수 있어야 하고, 이동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이동(혹은 휴식) 수단을 최소한의 수고를 통해 고객에게 전달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역량으로 달성해야 할 지점이다.

여정을 서비스로 이용하는 고객으로부터 “편리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다. 다양한 꺼리를 통해 “재미있다.“는 이야기 역시 듣고 싶다. 당장은 욕심이겠지만 쏘카 2.0을 완성하는 2026년까지는 이 맥락을 완성해야 하는 것이 나를 포함한 쏘카 엔지니어링 조직이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사람 그 자체로의 사람

사실 하나하나가 쉽지 않다. 제대로 된 엔지니어링 관점의 구현은 더욱 도전적이다. 매우!!! 이걸 해내기 위해서는 모두의 헌신과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이 필요한 순간에는 야근해야 하고, 그보다 더 시간이 필요하면 주말 근무를 해야 필요한 곳에 점을 찍을 수 있다.(ps1) 라이브(Live – Production Release)라는 완결점이 찍히지 않았다면 아무리 많은 노력을 쏟았더라도 의미를 상실한다. 그렇기 때문에 완결점은 구성원들에 의해 찍혀야 한다는 점을 올해도 강조할 것이다.

완결점을 찍는 당사자들 역시 참여하는 구성원들이다. 마찬가지로 서비스를 기획하고 만들어가는 역할 역시 참여하는 구성원 모두의 몫이다. 완결점이 어떤 모습일지, 시작하는 지금엔 알 수 없다. 고객 가치를 최우선으로 놓고, 어떤 형식의 마침표가 합당한지 치열한 고민과 도전을 통해 형상화해야 한다. 서비스 엔지니어링에서 마침표는 끝이 아닌 시작이고, 쉼표이다. 이 지점에서 다음 항해는 어디로 떠날지 다시 한 번 고개들고 살펴보자.(ps2)

노력하는 쏘카의 구성원 역시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과 만나 조직으로 일을 하고 성취를 만든다. 이 와중에 기대하는 바는 도파민이 아닌 세로토닌을 통해 행복감을 구성원들이 느끼길 바란다. 함께 우리가 만든 서비스를 즐겁게 이용하는 고객님을 보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도 일의 의미가 중요하다. 단순히 “님들이 이 일을 해야 합니다.”가 아닌 쏘카 2.0 맥락을 모두 같은 선상에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참여가 이뤄질 수 있다. 헌신과 노력을 이야기했지만 스스로 참여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돈을 받고 하는 노동에 불과하다. 세로토닌이 주된 호르몬이 되려면 의미와 가치를 함께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어야 하고, 어찌보면 이것이 리더십의 일이 아닐까 싶다.

올해 입사한 갓 신입 직원부터 지난 2년을 거치면서 잘 성장해준 주니어 엔지니어, 이들을 뒷받침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돕는 TL과 팀장이 있다. 최종적으로 나와 함께 그룹장들이 엔지니어링 본부를 구성하고 있다. 재미있게 일을 하면 좋지만, 언제나 세상 좋은 이야기만 있을 수 없다.

쓴소리 전에 사람을 사람으로 알아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그 사람이 겪는 어려움이 업무와 관련된 문제일 수 있지만 그 너머의 다른 곳에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회사라는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업무를 통해 결과를 만들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사람이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수도 없다.단순히 집중하지 못하거나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만으로 쓴소리가 합리화 되지 않는다. 사람을 알아야 한다.

사람을 알았다면 상사와 동료의 이야기가 쓴소리 대신 피드백이 될 수 있다. 발전과 동기 부여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본부장인 나 역시 팀장/TL들에게 피드백을 주기도, 받기도 한다. 특히 올해 한 팀장으로 받은 피드백은 나 스스로를 곱씹게 만들었고, 발전의 기회를 제공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이기 때문에 알아야 하고, 이해와 공감을 바탕에 둔 피드백은 사람을 발전하게 만든다.

리더

쏘카에서 내 역할은 리더다. 본부 내부 교육 세션등을 통해 리더의 역할은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구성원들에게 방향을 이야기 전에 먼저 가늠해야한다. 때문에 지도(Map)가 필요하다. 최대한 맞는 지도를 그려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높은 곳에서 멀리 봐야 한다. 무엇보다도 목표 지점이 뒷산 꼭대기인지 아니면 알프스를 넘어야만 하는지 알아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비와 물자가 무엇이고 얼마만큼인지 알아야 한다. 현재의 우리 현실을 기반으로 평가한 제약 사항과 위험 요소들을 현실직시해야 돌아갈지 뚫고 지나갈지 판단할 수 있다. 방향과 지도가 준비됐다면 이제 경로를 잡는다.(선택한다.) 움직이기 시작하면 조직이 지도상에서 어디쯤인지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엔지니어링 본부의 OKR과 Milestones 문서가 방향과 경로가 포함된 지도가 되길 희망한다. 당연하게도 지도가 100% 맞다고 확신할 수 없다. 뭔 일이 자꾸 터지니… 그럼에도 현실 덤블을 헤쳐나가면서 우리의 지향하는 방향과 위치가 합당하게 쏘카 2.0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리라. 그래야 실무에서 움직이는 여러 팀의 노력이 합쳐져 올바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으니 말이다.

– 끝 –

ps1. 쏘카는 일정 시간을 넘어서는 야근과 주말 특근에 대해 대체 휴일을 통해 쉼을 보장하는 제도를 갖추고 있다. 물론 최선을 다하는 것에 변함이 없지만, 쉼 역시 쏘카의 중요한 가치임에는 변함없다.

ps2. 서비스는 중단없는 연속이다. 그렇기 때문에 리듬이 필요하고 서비스 개발에서 마침표는 이 리듬감을 완성한다고 생각한다. 일을 하는데 있어서 리듬감의 필요에 대한 생각을 링크의 글에서 정리해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