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성장”이라는 단어를 많이 듣는다. 여기저기에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이 단어로 사람들을 현혹한다고 비난하는 분들도 많아졌다. 아무래도 “성장”이라는 단어가 그만큼 비중있는 단어라 중요하다거나 비난하는게 아닐까?
특히 개발 직군의 엔지니어들이 이 단어에 더 민감하다. 빠르게 발전하는 분야이다보니 새롭게 등장하는 기술 혹은 개발 패러다임(Paradigm)을 따라갈려면 끊임없이 관심을 두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성장을 중요하게 이야기하는 목소리는 신입이나 3~5년차같은 중니어로부터 많이 나온다. 3자 관점에서 성장의 대상으로 이 친구들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고, 본인들도 중요함을 알고 있다. 뭐,.. 면접관을 하면서 직접 많이 들은 체험담이니 믿어도 된다.
반대로 비판적인 목소리는 시니어들로부터 많이 나온다. 아마도 살아온 경험의 이야기일 것이다. 시니어들이 이야기하는 비판은 성장을 앞세워 개인의 희생을 강조한 회사 이기주의를 향한다고 보는게 타당할 것이다. 실제로 성장을 빌미로 조직의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한 경우도 직접 목격한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성장은 본질적으로 지식과 경험으로 구성된다. 1차원적인 지식은 노력하면 쌓을 수 있다. 스스로 얼마만큼 시간을 투자하고 내것으로 만들려고 집중(노력)하는지에 달렸다. “수학의 정석”을 너덜너덜해질까지 반복한 친구가 있었는데, 시험 성적은 정말 좋았다. 범위가 정해진 영역에서는 노력만큼 이룰 수 있다. 개인 스스로가 이루고자 하는 얼마만큼의 의지를 가졌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반면에 경험은 환경을 통해 만들어진다. 환경은 다차원적이다. 개인이 만들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개인 의지와는 무관하다. 이런 환경 가운데 개인 관점에 좋은 환경도 하지만 100% 만족할 수는 없는 환경이 태반이다. 이 가운데에서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이 우리의 일상이고, 이 과정이 “경험”이다. 우리 개인은 이 경험을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배운다. 더러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또한 많은 경우 만족하지 못한다.
이 평가조차도 같은 환경안에 함께 있는 개인과 타자의 시선에 따라 서로 다르다. 하지만 흔치않지만 모두가 동의하는 좋은 결과가 아주 가끔 만들어진다. 이런 걸 보통 “성공 경험“이라 부른다. 경험이 성장한다는 건 주어진 환경에서 이런 성공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높일 역량이 쌓인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로(Professional)는 결과로 이야기를 한다. 그 결과를 만들기 위해 어떤 경로를 선택할지를 결정하는데 경험은 큰 몫을 차지한다. 이론적으로 옳은 경로라고 하더라도 주어진 환경/상황에 따라 차선 혹은 차차선 경로가 결과를 만들어내는 맞는 선택지가 되기도 한다. 특히나 냉혹한 비즈니스(Business) 결과라면 최고가 아닌 최선을 위한 결론을 추구해야할 때도 있다. 개인이 쌓은 경험의 높이에 따라 추구할 결과마저도 달라진다. 개인이 속한 집단의 경험치에 따라 어느 수준의 결과를 목표로 추구하고, 달성할 수 있을지가 달라진다.
성장은 “인간 집단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고, 그 사회성에 “성장”은 연관성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구성원의 성장이 조직 혹은 그 너머 사회의 성장을 이뤄낸다고 믿는다. 사회라는 시스템에서 이뤄지는 성장은 개인은 물론, 속한 조직에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 리더라면 조직에 도움되는 구성원이 당연히 좋다. 기대치에 부합하기는 커녕 걸림돌만 되는 구성원을 좋아할 리더는 없다. 따라서 성장은 조직의 구성원으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다.
구성원이 본인의 지식을 넓혀야하는 건 당연하다. 기본이 없는 상태에서 그 다음을 기대하는 건 말도 안되니까. 이 노력의 결과는 지극히 개인적이다. 본인이 해야한다. 강제할 수 없다. 강제해서도 안된다고 본다. 프로니까. 간혹 회사에서 공부할 시간을 안준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회사는 학원도 학교도 아니다. 공부할 시간은 회사의 의무가 아니라 개인의 몫이다. 회사는 프로들의 운동장(필드, field)이다.
그럼 회사는? 구성원의 성장만 빨아먹는 존재인가? 아니다. 되려 회사는 성장을 위한 더 큰 역할을 해준다. 아니 해줘야 한다. 바로 경험을 쌓을 기회, 즉 운동장을 제공해야 한다. 경기를 통해 팀의 일원으로 결과를 이뤄내는데 공헌할 기회를 회사는 제공한다.
프로 축구를 상상해보자. 경기에서 본인이 어느 만큼의 팀플레이를 할지 이 과정을 통해, 경기 결과에 어느 만큼의 공헌을 할지를 경험한다. 경기 내내 감독과 코치, 그리고 필드 안의 주장, 동료들과 끊임없는 소통한다. 기대한(혹은 이상의)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팀전술은 제대로 실행될 수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다만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선수가 게임에 뛸 수 있는지 여부는 온전히 선수에 달렸다. 90분을 소화할 수 있는 체력이나 운동장 가운데서 상대편 골대까지 드리블하면서 돌파할 수 있는 스피드, 정확한 킥 등 여러가지 개인 역량이 고려된다. 누군가는 90분을 소화할 수도, 혹은 마지막 5분, 10분을 남기고 투입되기도 한다. 이 부분은 팀플레이어로써 팀의 판단에 의해 이뤄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게임에 뛸 역량을 갖추고 있는가”이다. 경기를 뛰지 못하는 건 분명 프로에게는 치명적이다.
성장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에 대한 인정이다. 그리고 도움을 요청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유한한 존재고, 만능이 아니다. 더구나 모든 걸 알 필요도 없다. 왜 전문 분야라는 것이 존재하겠나? 다만 모른다는 것에 대한 인정과 공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나의 성장뿐만 아니라 동료의 지식과 경험이 확장되어 성장이라는 이름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팀이 성장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공헌하는 것이 조직에서 찾을 수 있는 성장 경험 가운데 가장 최선이 아닐까?
솔직함이 전제된 협력은 서로의 성장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나와 너가 아닌 “우리“를 만든다. 닿을 수 없던 목표를 “우리”가 함께 도달할 수 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