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쏘카에서의 시간이 만 1년이 됐다. 제대로 일할 수 있는 기술 조직을 만들어보겠다는 생각으로 “본사”로 이직을 했던 것이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벌써 시간이 이만큼 지나갔다. 개인적으로도 큰 변화의 시기였고, 쏘카의 기술 조직도 그만큼의 변화의 시간을 함께 관통하고 있다.
일하는 방법부터 시작해서 조직개편, 그리고 새로운 아키텍처 를 적용하는 여정까지 하루하루가 다이나믹하게 지나갔다. 그럼에도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출근해야지” 라는 생각이 머리속에 떠오르는 첫번째 생각인걸 보면 여전히 한 일보다는 해야할 일들이 쏘카에서는 더 많다.
쏘카는 내가 합류하던 시점에 10주년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타다” 서비스의 영향이었을까? 하지만 스타트업이라는 생각이 더 들었다. 대표이사를 포함한 구성원들이 젊었고, 이루고 하는 것들이 중견 기업의 그것보다는 스타트업에 더 가깝기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개발 본부 사람들을 만나 처음 이야기했을 때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열망과 현재의 피로가 함께 느껴졌다. 개발을 하고 싶다. 제대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엔지니어들이 원하는 것들에서 느껴진 공통점은 본인들의 업에 충실하게 제대로 일하기였다. 하지만 현실의 그들은 레거시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에서 많은 숫자의 일에 함몰되어 있었다. 요구받은 과제를 완성했지만, 지식은 쌓이지 못했다. 보람은 있지만, 자산이 되질 못했다. 개발보다는 일하는 시스템이 먼저 필요했다.
쎌(Cell)이라는 개발 방식이 운영되고 있었다. 과제 완성을 위해 필요한 PM, Engineer, QA 직군 분들이 하나의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체계이다. 멋진 개념이긴 하지만 이 근간을 움직이는 핵심이 기획서였다. 왜 “기획서(혹은 문서)”일까? 함께 협업하는 사람이 드러나지 않았다.
시스템 이전의 시스템
일하는 시스템은 앞으로 현재 서비스 시스템을 넘어 “이동”을 담아내기 위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을 위한 선행 조건이다.
합류 직후 두달동안 개발 혹은 관련된 분들을 인터뷰했다. “열망”과 “피로”를 투지와 성과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그 결과로 개발 조직을 목적 조직화와 데모 중심의 스프린트 체계를 도입시켰다.
버킷(Bucket)이라는 목적 조직
목적 조직(Domain) 체계는 조직의 과제가 “남이 시킨 하는 일”이 아닌 “나의 일”이 되도록 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일의 주체가 됐을 때 흥이 난다. 최소한 덜 괴롭다. 업무 도메인의 개발 주체가 누군지가 알려지면 자연스럽게 소통이 풀린다. 업무 영역과 관련된 궁금증이 있다면 바로 찾아갈 수 있으니까.
물론 익숙치 않은 분들은 길찾는데 좀 걸릴 수 있다. 헤매는 불편함이 있지만 길을 찾아드리지 않는다. 가이드를 드리고 스스로 찾아오시길 부탁한다. 목적 조직이 목적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안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도메인을 함께하는 조직 밖의 분들도 동일한 이해 선상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스프린트 – 100m 전속력으로 421.95번하기
프로젝트 방식이 아닌 데모 중심의 스프린트 방식으로 변경의 핵심은 업무에 대한 주기성을 갖도록 하는데 있다. 각 조직이 정의한 1주, 2주, 3주 단위 스프린트를 통해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몰입 시간을 정의한다. 그리고 비즈니스 파트너들과도 이 주기를 통해 이야기해줄 것을 요청했다. 날짜 중심의 배포가 아니라 스프린트 중심의 배포가 될 수 있도록.
2022년 1월부터 진행된 조직 개편과 서비스 엔지니어링 본부의 바뀐 일하는 방식이 실행되어 지금 11월에 이르렀다. 우당탕탕의 시기였다. 하지만 TL(Tech Leader)/팀장님들을 주축으로 이 변화를 위해 다 같이 도전하고 있다. 또한 전사적으로 이 변화를 위해 기다려주었고, 응원해주고 있다. 그리고 함께 다 같이 하고 있다.
현상 유지? 변화를 향해 도전?
변화의 주체는 구성원들이었다. 어찌보면 변화를 원했고, 갈망했었던 딱 그 시점에 CTO님과 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네이버와 라이엇에서도 해보지 못한 경험을 이곳 쏘카에서 제대로 할 수 있는 기회을 선사해준 동료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방식이 최선이고 정답이라는 섣부른 생각은 안한다. 환경은 변화할 것이고 그 변화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도 언제든 익숙함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1월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봤을 때 11년의 젊은 쏘카 구성원들과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출근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