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 근무(Remote working) – 꿈과 현실의 차이

2020년은 파란만장하게 시작했다. 그리고 3월의 어느 시점을 관통하는 지금 개인을 넘어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혼란의 도가니 안에 있다.

바이러스의 습격은 한국 기업에게 원격 근무를 선택지로 강요하고 있다. 한 공간에 사람이 모이는 것 자체가 감염의 근거를 제공하기 때문에 업무를 이어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 되버렸다. 몇 일 전직원 휴가를 쓸 수 있겠지만, 그 기간은 몇 일을 못 넘긴다. 감당이 된다면 직원들이 사장님 “쵝오!!!” 를 외칠텐데 말이다.

나도 현재 원격 근무를 시전중이다. 불가항력적인 몇몇 부서를 제외하고는 오피스에 속한 모든 사람들이 원격 근무를 하고 있다.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개발팀은 해외 팀들과 그동안 협업을 해왔고, 그 팀들은 어떤 식으로 원격 근무를 하는지를 봤었으니까… 협업할려고 본사갔더니 이 친구가 원격 근무하는 친구라서 삼실에 안나온다는… 뱅기타고 힘들게 날라왔는데, 정작 만나는게 행아웃(Hangout)이면, 거참…

Nomad?

개발자라면 한번 쯤 원격 근무를 생각해봤을 것이다. 태국의 어느 한 동네에서 호젓하게 자신만의 코딩 세계에 빠져서 일하다가 무더위에 지칠 무렵이면 바다가에서 수영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그리고 늦은 석양을 바라보며 PR 날리고 함께 즐기는 친구들과 바에서 맥주 한잔? 걍 생각만 해도 멋있네.

Financial Case Study: Kim and Ryan Desmond, CodingNomads

하지만 실상은 이렇지 않을까? 서로 갈린 시차로 오해가 생긴 슬랙으로 인해 팀원들과 오해가 쌓인다. 문자의 한계를 벗어나 화상 회의로 진행할려 했으나 화질은 뚝뚝 끊어지고, 웅웅대서 뭔 소리를 하는지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 와중에 원격에서 참가한 사람들이 많다보니 서로 이야기할 순서를 못잡는다. 결국 눈치보다가 해야할 이야기를 못하고 마무리된다. 이미 해는 저물어가는데 느려터진 VPN 때문에 PR을 날릴 수가 없다. 이럴거면 때려치라는 매니저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Culture of society

각자가 일하는 방식이 있기 때문에 원격 근무는 호불호가 갈린다. 특히 사회 분위기와 관련이 깊달까? 미국처럼 개인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원격 근무가 잘 받아들여진다. 개인이 해야할 일을 잘 해내기만 하면 된다. 다른 사람 일은 신경쓸 필요없이 계획된 일들 가운데 자신이 하기로 한 일만 잘 하면 된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원격 근무가 되려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수도 있다. 같은 공간에서 팀으로 일할 때는 업무 외적으로 시간이 소모되는 경우가 크니까.

이에 반해 한국처럼 조직을 우선시하고, 계층적 조직 문화가 발달한 곳에서는 원격 근무가 힘들다. 보고를 우선시 해야하고, 그 사람과 면대면으로 이야기를 해야 일 파악이 순조롭다. 팀이 빠른 협업으로 일을 해나간다는 측면에서 같은 공간에서 함께 일하는 방식이 더욱 효율적이다. 상대방의 얼굴보면서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화상보다 몇 배는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더구나 슬랙이나 메신저를 통해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잠깐 등돌려 이야기하는게 속도와 진정성(특히)에서 백배 낫다. 누군가의 뻘소리를 기록하기 위해서 메신저로 이야기하는게 정신 건강에 좋다고 말하지만, 그럴거면 그 사람이랑 일을 말아야지. 정신 건강까지 생각하면서 일을 해야하는거면 일을 안하는게 되려 정신 건강에 좋다.

그럼에도 출근 못한다

어쩔 수 없는 이번 원격 근무는 어쩔 수 없이 재택 근무를 해야한다.

나도 주말에 노트북들고 커피 가게에서 책읽고, 오랫동안 코드짜고, 블로그 글 쓰는걸 좋아하지만… 갈 수 없다. 못 간다. 집에서 어떻게든 일을 해야한다. 얼추 애들이 컷으니까 일하는데 별 지장없는 내 입장이만,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다니는 애들이 있는 집은 애들도 함께 쉬고 있다!! 단언컨데 절대 애들이 간만에 집에 있는 아빠, 엄마를 가만두지 않는다. 이 좋은 기회를 어떻게 날릴까. 애들은 본인들은 방학이고 아빠, 엄마는 집에 함께 있는 휴가 기간인데. ㅋㅋㅋ 워킹맘, 워킹대디면 걍 휴가를 내는게 되려 이래저래 눈치 안볼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게 역설 ㅠㅠ;;;; 이건 한국만의 현실이 아니라 글로벌 이슈다. 애 있는 집에서는 원격을 못한다.

뭐 꼭 애들있는 집만의 문제는 아니다. 집이라는 공간은 원래 휴식을 위한 공간이다. 누구든 그 공간 안에서 열심히 일할려고 애쓴다고 하더라도 결국은 휴식의 유혹에 시달려야 한다. 소파가 나를 땡기고 침대가 나를 땡긴다. 거기다가 주말이면 항상 눈을 고정하고 있던 TV가 나를 유혹한다. 와중에 아무도 나를 열일하라고, 결과는 어디에 있느냐고 닥달해대는 사람도 없네!

이런 유혹들을 이기고 일을 해야한다. 직장인으로써 해야할 일은 있으니까. 그래서…

  • 집에 계신 분들께 선언을 해둬야 한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 팀원들과 일하는 시간을 정한다. 소위 말하는 Core Working 시간을 정해야 한다. 시도때도 없이 연락오는 것에 매번 즉각적으로 응답할 수 없다.
  • 명확해야 할일과 해야할 일들을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 스스로 Loose해지면 망한다.
  • 인상 관리 측면에서 세수랑 머리는 감자.
  • 메신저보다는 화상 회의를 잘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같은 언어권에서도 텍스트는 자칫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다.
  • 애가 회상 회의에 갑자기 뛰어들면!!! 놔두고 아저씨, 아줌마들 얼굴 알아두도록 하자. 나중에 용돈 챙길려면 이번 기회에 용모 파악을 잘 해둬야 한다.

 

그래서 개발의 원격 근무는?

원격 근무는 서울에서 일하는 직장인에게 좋은 옵션이 될 수 있다. 당연히 여러 좋은 장점들이 있으니까. 출퇴근에 시간 안버려도 되고, 장소만 적절하다면 집중과 몰입을 만들어내서 더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을테니까.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니 소위 말하는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도.

단, 팀의 속도와 성과를 저해하지 않는다는 전제가 담보되어야 한다. 같은 공간에 있음으로써 얻는 가장 큰 장점은 빠른 커뮤니케이션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소수로 팀이 만들어지는 경우에는 더욱 더 빠른 소통과 의사 결정이 중요하다. (아마도 이게 제일 중요하지 않을까?) 누구 한명이 커뮤니케이션을 함께 하지 못하면 그 사람을 기다려야하거나 혹은 없는 상태에서 진행해야 한다. 긴급하게 논의해야할 내용이 있어서 메시지를 보냈는데 그 사람이 10분내로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렇다고 찾아볼 수 있는 공간에 있는 것도 아닌 원격에 있는데. 커뮤니케이션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는 팀의 업무 진행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것과 어떻게 보면 같은 맥락이다. 개발자 3명 ~ 4명 정도가 최선의 개발팀이라고 생각할 때, 누구 하나 제대로 이야기에 어울리지 못하면 개인도 팀도 망가질 가능성이 크다.

Face-To-Face Communication: 6 Reasons to Lead in Person

그래서 혼자 일해도 되는 직종의 경우에는 이 방식이 더 좋은 개인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발자는 혼자 일하는 사람이 아니다. 최근에는 더욱 더. 혹자는 스펙만 정해지면 그거 개발하면 되는거지… 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가만보면 그런 사람들이 에자일, XP 이야기를 참 열심히 하는 것 같다. “함께 다 같이 잘 해보자!“가 에자일이지, “나만 잘 하면되지!“는 아니다.

원격 근무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만큼 도전해야할 부분들도 많고. 좋은 방안을 찾을 수 있다면 좋겠다.

– 끝 –

 

참고 글

One Comment

  1. Pingback: 현실에서의 원격 근무 – Dreaming for the Fu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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