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와벌” 이후에 정말 오래간만에 도스토예스키의 작품을 난데없이 읽기 시작해서 이제사 마쳤다. 책갈피 기록을 찾아보니 올해 2월 17일이니까 다 읽는데까지 무려 10달이 넘게 걸려버렸다. 하기야 대학 2학년때 읽기 시작했던 죄와벌을 대학 4학년이나 되서야 다 읽었으니, 그 시절의 독서 속도에 비해서는 그나마 읽기가 좀 더 나아졌다고 해야할까?
난데없이 얽기를 시작했다고 이야기했다. 다니던 성당의 좌파 성향 한가득이시던 신부님의 강론중에 나온 “카라마조프”의 이야기를 들고,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덜컥 이북을 구매했다. 신부님은 참 재미있다고 읽어보라고 권하긴 했지만… 생각에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나한테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다. 읽다보면 간간히 재미있는 부분도 있긴 한데 너무 오래 읽어서 그런가 내용이 이어지지 않는 부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 아무래도 나중에 시간을 다시 내서 한 한달쯤안에 다시 한번 읽어봐야할 것 같다.
책에서는 카라마조프 가족의 4 남자가 나온다. 지독히도 세속적인 아버지 표도르, 순정파 장교 출신 드미트리, 시대의 지식인을 상징하는 이반, 마지막으로 믿음으로 순수한 막내 알료샤. 소설이 배경을 이루는 1800년대 말 즈음의 재정 러시아를 살아가는 인간 군상의 모습을 표현한다. 시대적 배경을 알려면 당시의 러시아 상황을 알아야 할 것 같지만 짧은 지식이 거기에 미치지는 못한다. 다만 물질적 탐욕, 성욕과 순정 그리고 이성을 빙자한 인간의 이기주의 등등을 소설에서 읽을 수는 있었던 것 같다.
과연 누가 아버지의 살해범인가? 장남 드미트리인가 아니면 사생아이지 인정받지 못하고 하인의 신분으로 머물렀던 스메르자코프인가? 그리고 스스로 인텔리임을 자임하며 스메르자코프에게 불만투성이 세상으로부터의 탈출구를 은연중에 내비쳤던 둘째 아들 이반인가? 수도원에서 성직자의 길을 걷다가 장로의 유언으로 스스로 그 길을 벗어난 얄료샤는? 온 집안이 풍비박산이 난 이후 먼 곳으로 떠나는 그의 모습은 뭘 의미하는거지? 그리고 이 막장 드라마에 등장하는 그루센카와 카체리나라는 두 여성이 의미하는 시대의 자화상은 뭘까?
러시아가 격변의 소용돌이에 있는 시점이고, 자본에 의해 사회적인 구조가 급변하는 시기였던 것 같다. 커다란 회오리 바람이 불어오는 과정에서 사생아를 포함한 이 일가족 각각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형상하는 하나의 아이콘이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다. 그 안에 결론은 없다. 자신의 추구만을 생각하다 그 욕망의 실타래가 얽혀버렸다. 풀려고 해도 풀기에는 이성적 사고보다는 포장된 이면 아래의 감정이 그 결과로 모두를 몰아가지 않았나 싶다. 옳고 그르다라는 결론은 의미가 없는 것만 같다. 남은 절망을 뒤로하고 막내 알료샤는 희망을 이야기하며 고향을 떠나려한다.
인형조종사에 의해서 대통령이 놀아나는 2016년 겨울의 대한민국을 관통하하고 있다. 기회를 내서 한번 더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