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일간의 출장을 마치고 복귀했다.
몇번 가지도 않았지만 뱅기타고 가는 출장에서는 풀어내야할 꺼리들이 한가득이었다. 그리고 시간도 부족했다. 일에 대한 압박감도 있고, 제대로 되지도 않는 영어로 이야기를 하자니… 출장가서 잠을 제대로 못자는건 단순히 시차 적응 실패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이런 류의 스트레스도 한몫을 한다고 본다.
이번 출장은 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썬더돔(Thunderdome)이라는 회사 내부에서 하는 핵커톤 행사에 참가하고, Architecting Conference에 참가해서 배움을 넓히는 시간이었다. 한마디로 개발자스럽게 놀다가 오는 시간이랄까? 하지만 피곤한건 변하지 않는다.
처음 시작하는 모습은 그럭저럭 괜찮긴 했지만, 해커톤 행사 하루만에 확연하게 거북목 증세를 보인다. 거북목을 피할려고 받침대랑 키보드랑 마우스도 바리바리 챙겨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세가 되는건 아무래도 병인 것 같다.
이런 상태로 3일을 정말 열심히 코딩을 했던 것 같다. 물론 팀의 성과는 좋았다. 다만 내가 기여할려고 했던 부분은 제대로 돌리는데 실패했다. 너무 자신만만하게 문제를 대했던 것이다. 덕분에 내부 구조가 어떻게 돌아가고 뭐가 문제인지는 확실하게 알게 됐지만… 이걸 제대로 만드는건 3일동의 작업만으로는 택도 없다라는 진실을 깨우쳤다.
하지만 같이 간 다른 친구들이 정말 엄청나게 일을 잘 해줬다. 덕분에 원래 의도에 거의 부합하는 작품을 만들어냈다. 시연 시간에는 덕분에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해서 참가한 보람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3일 동안 어떻게든 재미있게 개발을 했던 시간이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두니 잠못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나중에 제대로 만들어진다면 그때 제대로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LA에서 일정은 정말 피곤한 3일을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한인 타운에서 한잔 술 털어넜고 같이 했던 친구들과 재미있는 이야기도 나누니 정말 좋았다. 이런 좋은 시간을 뒤로하고 뉴욕으로 컨퍼런스 들으러 이동했다.
혼자 LA에서 NYC로 이동하는 것도 또 다른 하나의 도전이다. 혼자 출장온 경험도 있긴 했지만 그때는 대한항공을 타고 오니 낯설음이라는게 적었다. 하지만 AA 항공타고 미국 국내선으로 이동하는 길에 한국인은 딱 나 혼자였다. 혼자서 이런 저런 일들을 다 처리해야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깝깝스러웠다.
가장 큰 문제는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는거. 회사에서는 그래도 업무적으로 이야기할 사람이라도 있었고, 지역 오피스를 배려하는 좋은 분위기가 있어서 이야기는 것도 훨씬 수월했다. 컨퍼런스에서 막다뜨린 사람들과 뭐라도 한마디 말을 섞어볼려고 해도 언어적인 장벽이 전혀 만만하지 않았다. 기술 언어를 하면 될거라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생활 영어를 한다는거. 이런게 또 다른 Pain Point!!
대강 알아들으면서 대강 이야기를 하면서 여기서도 4일간 고생을 했다. 2일은 Traning 세션이었고 2일은 Conference였는데 나름 의미는 있었다. 트레이닝 세션으로 들었던 Docker 관련 사항은 회사의 시스템 방향이기도 했기 때문에 짧게라도 Docker를 경험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물론 따로 공부할려고 책도 읽는 중이었지만 단순히 눈으로 읽는 것과 실제로 손으로 타이핑을 쳐보는 건 완전히 다른 경험이니 말이다.
사진에 있는 스트라이브를 입으신 분이 주로 Docker를 이용한 Architecting에 대해 강의를 진행했는데 영국 억양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삐쩍 말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와중에 올챙이 배를 봤을 때는 웃음이 절로 나왔다. 역시 나이를 먹으면 나오는게 똥배구나…
다행이 맨하튼에 한인 타운이 있어서 밥은 정말 잘 먹었다. LA에서 먹는 버거나 피자 혹은 현지 음식들은 상당히 소금을 많이 쳐서 별로 땡기지 않았는데, 뉴욕은 음식이 짜지 않았다. 🙂 이것만으로도 정말 다행이었다. 물론 저녁은 항상 한식이었지만.
대도시의 백미는 역시 네온사인이었던 것 같다. 영화나 미드에서 종종 나오던 골목을 실제로 걸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좋았던 경험이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