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는 분에게 보내는 글

스스로 선택지를 찾아 새로운 여정을 떠나시겠다는 분이 있다.

나를 잘 못 만나 혹은 잦은 조직 개편의 여파에 쓸려 제대로 중심을 가눌 수 없는데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가 가장 큰 요인 아닐까 싶다. 최종적으로는 개인의 선택이지만 선택지에 이르는 과정에서 조직이 일을 하기 위한 안정감(Stability, not Safety)을 낮춘 부분은 분명하다. 내가 제시한 팀이 결과를 만드는 부분에 적극 호응해 결과를 만들긴 했지만, 사이에 스스로 타들어가는 걸 막지 못한 건 맞다. 떠나는 결정에 대한 책임은 나에게도 분명 있다.

떠나시는 분께 다음과 같이 메시지를 드렸다.

그동안 몸고생 뿐만 아니라 맘고생으로도 고생 많았어요.

어디서든 이만한 고생이 또 있겠냐 싶지만 리더 혹은 리더십의 역할을 한다는 건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일입니다.

본인이 본인 삶의 여정을 개척하는 과정이라는 것, 남이 나를 위해서 맞춰주지 않는다는 것만 명심해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경험이 좋든 나쁘던 다음 여정에 도움이 됐으면 하고, 길지 않은 기간이었지만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건강하게 성취를 만들어서 크게 성공하는 모습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더욱 더 팍팍해지는 일상이 되가는 건 사실이다.  Gen AI가 나오면서 “혼자 할 수 있겠지…” 라는 착시를 만들고 있지만, 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직이 필요하고 구성원 역할이든 리더 역할이든 이루고 싶다면 조직이라는 틀 안에서 해야 한다.  창업이라는 맞춤 옷을 만들지라도 조직이 형성되면 내 맘대로 되지 않은 일이 백가지 천가지다. 엔트로피는 증가될 수 밖에 없고, 결국 엔트로피를 감당할 수 있는냐 없느냐로 귀결된다.

그래서 사람이 문제라고?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 시스템의 문제다. 조직 시스템이 증가하는 엔트로피를 담아내고 관리할 수 있는 상호 작용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엔트로피는 결코 낮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시스템이 엔트로피를 담아내지 못하면, Bang! 폭팔한다.

코드에서 사람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방식을 변경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문제다. 그리고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오직 신만이 알고 있다. 사람이 정답을 알 수 없지만, 올바름이란 무엇인지는 계속 질문하는게 내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HMG Global IT Forum 2025

현대오토에버에 합류한 직후부터 해외법인의 기술 현안과 현황 그리고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다녔었다. 여러 문제점들이 보였지만, 그럼에도 가장 크게 피부에 와닿는 문제는 본사와 해외 법인간의 단절이었다. 정보가 있었지만 정보가 원할히 흐르기 위한 소통과 공감이라는 부분이 부족했다. 물론 이 부분은 고객이라는 높이 차이, 위치 차이가 한 몫을 하긴 했지만 현대차 그룹이라는 한 배를 타고 있는 구성원으로 결과를 만들기에 커다란 벽이었다.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본사와 혹은 고객사 본사 담당자들과 어떤 이야기들이 있었는지 질문했다. 안타깝지만 업무에 따라 이뤄지는 온라인 미팅 이외에 사람을 알기 위한 자리가 없었다. 사람을 모르는데 어떻게 일이 돌아갈까… 이해하고 왜 이런 질문 혹은 요청을 하는지를 공감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이야기해본 해외 법인 담당자들 모두 만나 이야기하는 자리의 필요를 이야기 했다. 그럼 만들어야지!

출장에서 복귀한 이후로 현대차 그룹에서 진행되는 오프라인 행사들을 찾아봤다. 오토에버 구성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필요했지만, 기존 행사 가운데 함께 참여했을 때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행사가 있다면 그것도 좋다고 판단했다.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행사가 “HMG Global IT Forum” 이었다. 행사 목적과 이전 내용을 확인해보니 서로 연결되고, 현재 각자가 가진 업무의 내용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될 것 같았다. 오케이! 함께 해보자.

완성차(현대차+기아차) ICT 본부와 현대오토에버가 공동 주체하기로 결정 후 두달 이상의 시간을 들여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과 해외 법인과의 소통 과정을 거쳤다. 준비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고, 행사를 가성비있게 진행하다보니 어려움이 가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사가 서로 좋은 행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협조하고 역할을 나눠 연결되고 공감할 수 있는 행사로 프로그램과 Staff 로써 각자 역할을 정했다. 그리고 행사 시작.

4박 5일의 행사라는 긴 행사를 시작했고, 장거리 여행을 무릅쓰고 많은 해외 법인에서 참여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키노트 연사로 개발이 어떤 방식으로 이뤄져야 할지, 그리고 SDLC(Software Development LifeCycle) 관점에서 현대오토에버가 추구하는 개발과 운영의 추진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었다.

많은 분들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부분이 부족한지,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우리가 고민할 사항은 어떤 것들이었는지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 수고해주신 Staff 덕분이다. 특히 엉뚱한 센터장을 만나서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데 고생한 개발혁신팀 구성원분들이 큰 수고를 해줬다. 고맙고 감사할 따름이다.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연결을 준비할 예정이다. 일이 되게 할려면 가장 바탕은 사람이고, 혼자가 아닌 팀으로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이번 Global IT Forum 주제에서 강조한 소통과 공감이다. 한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어 언제든 한 팀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수고스러움을 뒤로 하고, 앞으로의 성취와 결과를 위해 체계적인 다음 수고스러움을 찾아 떠난다.

혁신이 아니라 정상화

올해(2025년) 1월부터 통합혁신센터(Center of Innovation)이라는 신설 조직을 꾸려 현대오토에버의 기술이 고객과 현장의 구성원에게 효과적으로 닿게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실행하고 있습니다. 기술은 쓰임의 문제이고, 잘 쓰이도록 만드는 것이 IT 혹은 SW 개발 영역의 변하지 않는 화두입니다. 수십년 업계의 고민이 있었지만, 모두를 만족하는 정답은 없습니다. 고민에 대한 제 답안은 “쓰는 사람과 쓰는 사람을 이해하고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업계를 리딩하는 많은 IT 기업들이 이 방식을 이미 실행하고 있습니다.

현대오토에버가 혁신센터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것은 IT 체계와 SW개발의 정상화입니다. 현대차그룹의 70여개가 넘는 계열사와 고객들의 필요를 Digitalization을 통해 가치로 전달하는 것이 현대오토에버의 책임입니다. 이를 위해 가치 중심의 사고와 유연하고 지속 가능한 체계를 구성해야 합니다.

전통적인 그룹 IT 혹은 제조 IT 틀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에 혁신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기반의 가치 중심 사고를 통해 SDV를 포함해 미래 모빌리티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 역할을 현대오토에버가 수행할 예정입니다.

통합혁신센터는 지도(Map)를 그리는 조직입니다. 지도를 따라 정상화라는 1차 목적지까지 현대오토에버 구성원들이 잘 도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https://v.daum.net/v/20250326113442805

링크드인 포스트

그래서 뭘 하고 싶은데요?!

누가보면 딱 욕먹기 좋은… 하지만 답해야 할 질문이다.

뭘 하고 싶으신가요? 뭘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있으신가요?

답은 본인이 정한 그 안에 이미 있는데,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본인이 적어야 하기 때문에 두려운 건 아닌지.

지우개로 지우고 또 지워서 뭉개진 그 위에서 멍한 모습이 당신 모습 아닌가요?

스스로 당당해야 합니다. 내가 있는 자리와 내가 하는 일에 대해서. 오늘 현재의 그 모습에서.

결국 내가 나를 답합니다.

한계 – 안주할 것인가 확장할 것인가

한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종종 목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게 우리의 한계입니다.” 라고 단언한다. 특히 오랜 직장 경험에서 비롯한 연륜의 느낌을 잔뜩 섞어 주니어들에게 세상은 특히 이곳은 이런 곳이라고 진지하게 이야기한다.  이런 분들은 “한계”라는 이름으로 안전 지대를 만들고 있다. 나의 문제, 혹은 노력 부족이 아니라 한계라는 내가 어쩌지 못하는 상황과 조건 때문이라는 변명을 하고 있다. 아주 딴딴한 절대 불변의 변명의 철벽이 “한계”이다.

하지만 한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각자 개인 혹은 조직의 심리가 한계를 고착화시키고, 딴딴하게 고정된 존재로 인식하는 것일 뿐이다. 고정되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상황에 있는 사람의 마음이다.

한계를 잘 사용할려면 이를 잣대(Barometer)로 써야 한다. 한계를 파악하는 것은 중요하고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우리의 상황을 진단했고, 다음을 달성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다는 것이니까 말이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거나 확장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질문에 답하면 된다. 기존의 사고 틀을 바꾸고 새로운 방식을 시도해야 한다. 과정을 반복하면서 한계를 확장하자. 굳이 모양이 이쁠 필요는 없다. 되려 투박하게 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차근차근 넓혀가면 된다. 넓혀가고 있고 포기하지 않는게 중요하다. 인식된 한계를 잣대로 사용해야지,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잘못된 편향으로 쓰면 안된다.

이런 관점에서 현대오토에버를 생각해본다. 현대오토에버는 시장에서 그룹사 자체 물량(Captive)으로만 성장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개인적으로 현 상황에 대해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대차 그룹이 “Together for a better future”를 달성하기 위해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Digitalizing을 실현해야할 책임을 갖는 현대오토에버는 만들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넘기는 SI 방식이면 안된다. 지속성을 담보하기 위한 “서비스(Service)” 중심의 개발과 운영 역량을 콕 찝어 이야기하는 것이다.

현대오토에버의 미션은 현대차 그룹의 Digital Transformation을 Digital 혹은 온라인 서비스 관점에서 실현시키는 것이다. 공공이나 민간 SI를 해서 돈을 벌어오는 것이 오토에버가 당장 감당할 몫일까?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는 여정에서 자연스럽게 역량을 축적할 것이다. 당당히 현대차그룹내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생가지 않을까? 누구나 인정하는 전문가에게 일을 부탁하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까?

되돌아가 우리의 한계는 무엇인가? 현재의 한계에 안주한다고 했을 때, 과연 현대차 그룹이 꿈꾸는 동반성장을 통해 만들어갈 더 나은 미래를 디지털이라는 수단으로 완성할 수 있을까? 완성할 수 없다면 우리의 한계를 어디까지 넓혀야 당당하게 “이 책임을 현대오토에버가 담당하고 있습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부끄럽고 창피하더라도 회피하지 않고, 똑바로 들여다보면서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자 한계임을 알아야 한다. 새로운 한계점을 설정하고, 조직의 역량을 통해 새로운 한계에 도달할 수 있도록 제시하고 이끌어야 한다. 리더십의 일원이 내 몫이기도 하다.

책임 어떻게 질 것인가?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뻔하게 내가 빼지않고 사용하는 단어가 책임이다.

리더는 단순히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책임지는 자리고, 그 책임을 온당하게 지기 위해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라고. 근데 뭔 책임인데?

리더가 져야 하는 책임은 조직이 주어진 혹은 선언한 사명(Objectives)을 온전하게 달성하게 하는 것이다. 달성하지 못하면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어떻게 달성할까?

조직의 목표와 달성했을 때 도출되는 결과는 조직, 즉 구성원들이 만드는 것이다. 리더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리더는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내 합당한 역할을 정의한다. 그리고 위임한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리더 한 사람이 할 수 없기 때문에 조직의 힘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합당한 역할(사람)이 그 몫을 다할 수 있도록 구조라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환경을 만드는 것이 “권한 행사”다.

종종 권한의 종속적 개념으로 책임을 이야기하는 분이 있기도 하다. 완전 잘못된 생각이다. 그 누구의 책임도 아닌 리더의 책임이고, 온전하게 리더가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조직의 규모에 따라 혼자 모든걸 이룰 수 있다는 생각도 지극히 1차원적이다. 이런게 되면 일론 머스크는 이미 화성에 갔다. 조직이 하는 것이고, 책임을 기반으로 위임해야 한다. 위임을 하기 위해 올바른 권한 행사를 하는 것, 그것이 어찌보면 리더의 역량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시나요?

함께 일하는 구성원이 퇴근하면서 한 질문이다.

내가 일하는 업무 강도를 보면 임원이라는 건 하면 안되는 포지션이라고, 줘도 안할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구성원이다. 매일 새벽 출근에 못해도 3일은 술먹고, 술을 안먹으면 밤 9시 근방까지 사무실 근방에 있다. 거기다가 하루 종일 떠들기까지. 저녁 무렵에는 목이 잠겨서 말이 나오지 않는 날도 있고. 적고 보니 그닥 좋은 직업은 아닌 것 같긴하네.

구성원 질문에, 글쎄? 흠…

그닥 근사한 답은 아닐지 모르지만 “꿈” 이라고 이야기해줬다.

나이 50 넘어 뭔 뚱딴지 같은 이야기인가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 특히 이 일은 쉽지 않은 대기업, 그것도 언제라도 짐을 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자리여야 해볼 수 있는 일이다. 뭐 얼마나 거창한 일이라고 그러는지 모르지만, 된다고 하면 의미있고 재미도 있을 그런 꿈이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언제든 그 일에 의미를 더한다면 더욱 최선을 다하고 싶은게 당연지사 아닐까 싶다.

최선을 대해 이루고자 하는 꿈에 한 발자국 더 다가가고 싶다. 이쯤되니 시간이 중요하고 더 잘 최선을 다해 쓰고 싶은 생각뿐이다.

리더십의 동기부여 – T자형 인재

컴퓨터와 인터넷은 급속한 지식 확산의 시대를 만들었다. 더불어 기술의 진보는 앞선 이야기처럼 인력(사람의 물리적 힘)을 넘어선 더 큰 능력을 사람에게 부여하고 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사람의 손가락 끝으로 버튼을 누르거나 마우스 클릭만으로 이뤄지고 있다.

지식이 주는 힘은 이제 확실하게 일을 해내는 바탕이 됐다. 산업 혁명을 통해 선진화된 대부분의 국가들이 보편적 교육 체계를 수립하고 공교육을 의무화한 이유는 제대로 아는 노동자가 더 높은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경 사회에서 기계라는 물건을 쓰는 환경으로 변화되어 작업의 효율은 기계의 복잡성을 이해하는지 여부에 직접적으로 비례하기 때문이다.

보편 교육을 보더라도 생활 지식을 위한 일반 교육과 직업과 관련된 전문성을 쌓기 위한 고등 교육으로 나뉜다. 국내에서 고등학교는 애매한 중간 성격을 갖고 있지만, 대학은 대부분 간다는 인식상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를 일반 교육 영역으로 본다. 그리고 대학과 대학원이 직업에 필요한 높은 수준(혹은 기본기 수준)의 지식을 가르치는 고등 교육 기관의 역할을 수행한다. 보편 교육 체계는 일상의 상식과 인식에 대한 교육을 위주로 한다. 사회라는 집단에서 일하기 위해 필요한 논리적인 사고 방식과 함께 공동체 일원으로 행동하기 위한 예절 규범도 중요하게 배워야 할 내용이다. 사람에 따라 학습 수준의 차이에 따라 폭과 깊이가 다르지만 모두가 같은 걸 배우는 건 맞다.

고등 교육은 전문 영역에 대한 심화된 내용을 학습한다. 사람을 만날 때 MBTI를 질문하는 이유는 그가 나와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마다 갖는 유전적 특징과 부합하는 “일”이 존재하고, 그 일을 했을 때 최대의 효과성을 발휘할 뿐만 아니라 일하는 사람도 행복하다. 전문화된 기술을 학습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이미 널리 알려진 분야에는 고대부터 현대까지 많은 전문가들의 업적들이 쌓여있다. 평생 공부해도 다 배울 수 없기 때문에 직업 수행을 위해 필수적인 혹은 체계적으로 분류된 내용을 배운다. 고등 교육 체계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위 인재를 길러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대학은 전문 지식을 공부하고, 석사는 공부하는 법을 배우고, 박사는 왜 공부하는지를 답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낸다고 생각한다. 각각의 단계를 거치면서 한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뾰족하게 갖춘다.

지난 학생 시절을 돌이켜보고, 현재 아이들의 현재 학교 수업 내용을 봐도, 왜 고등학교에서 미적분과 확률 및 통계를 배우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물론 다른 과목도 이해할 수 없는 교육 내용들이 많다. 일이 아닌 일반 사회 생활에서 미적분을 쓸 일이 몇 번이나 되겠는가?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한번 있었던 것 같다.) 한국 교육 체계에서 고등학교를 보편 교육으로 분류하는 반면 독일의 경우에는 직업을 위한 고등 교육을 고등학교에서 실시하고 있다. 요즘처럼 지식 학습 속도도 빠르고, 체격적으로 준비된 상황에서는 독일의 사례가 더 맞지 않을까 싶다.

또한 대학은 전문성이라는 관점에서 합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인재를 길러내야 하지만 양산하고 있는건 아닐지 우려된다. 기울어진 운동장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에서 안타깝지만 현실이 되었고, 단지 한국만이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그냥 직업이 아닌 좋은 직업에 대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고연봉과 함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는 큰기업과 같이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좋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 제한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경쟁에서 대학은 개인의 경쟁력을 학위로 증명하기 보다, 좋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한 “어느 대학”이라는 자격증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시점의 현실은 소위 좋은 회사의 신입 사원 채용 대상은 인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소재 대학이어야 신입 사원 관문을 뚫을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긴다. 인서울이면 다 같은 “서울대”라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다. 회사가 문제인가 대학이 문제인가? 어느 한 쪽의 문제라기 보다는 서울에 과밀된 인구가 문제라고 본다. 인구의 집중은 기회의 집중을 의미하고, 거주비를 포함한 높은 경쟁 비용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높은 위치에 있는 소수가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사회가 시스템적으로 대응해야 해결 가능하고 큰 두 주체인 회사와 대학의 노력은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한다.

보편 교육과 고등 교육을 염두에 두고 보더라도 사회는 교육 환경을 통해 구성원에게 보편성과 전문성을 갖춘 T 자형(혹은 쐐기형) 인재가 되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현재 사회 시스템으로 인해 일부 왜곡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높은 동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T의 쐐기를 깊게 만들 것이다. 필요한 이유(동기)가 있다면 배울 것이고, 배운 내용이 본인의 지적 자산이 되면 쐐기의 한 계층으로 쌓일 것이다. 높은 동기가 자극제로 동작해 결과로 누적된 것이 역량(지적 능력)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P=MxA 형태로 성과를 간단한 도식으로 설명했는데, 이 관점에서 보면 P, M, A는 독립 변수라기 보다는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 상호 의존성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한 시점만 두고보면 각각이 독립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시간 흐름에 따른 장기적인 변화를 감안한다면 P, M, A 사이에 일련의 피드백 룹(Feedback Loop)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리더는 성과를 생각한다면 P(성과), M(동기), A(역량)가 상승 효과를 만들 수 있는 선순환 구조(Positive Feedback Loop)을 구상하고, 설계하고, 실행해야 한다. 이들 각각이 상호간 종속 변수임을 인정하고 의존성이 어느 순간에 발생하는지 조직 시스템을 설계하고, 관찰해야 한다. 특히 관찰은 매우 중요하다. 선순환 구조가 되어야 하지만 의도치 않은 변수에 의해 악순환 구조(Negative Feedback Loop)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단계가 아닌 정착 단계에서 지속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정립되면 자연스레 높은 동기를 갖는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역량이 결집되고, 높은 혹은 좋은 성과들이 창출되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물론 순환 구조는 내버려두면 망가지기에 닦고 조이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리더십의 동기 부여 – 4차 산업 시대의 성과

지식 기반 산업 시대를 넘어 AI 혁명 시대를 관통하고 있다. IT를 기반으로 대량의 정보가 생산되고, 인터넷을 통해 국경의 제한을 넘어 정보가 유통되고 있다. 아날로그 기반의 일상이 디지털화되고 산업 현장 역시 디지털을 중심으로 일의 방식이 변화되었다. 특히 3차를 넘어 4차 산업 혁명 시대는 IoT를 통한 초연결성과 함께 AI를 통해 인간이 그동안 생각할 수 없었던 방대한 지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초지능화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산업 시대는 개인에게 수많은 가능성을 제공한다. 특히 1인 창업이 가능할 정도로 한 사람이 동시에 여러 가지 일들을 해낼 수 있는 환경이다. 많은 부분들이 기계를 통해 자동화되었으며, 또한 물리적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었던 기존 환경이 이제 디지털을 통해 제어와 모니터링이 가능하다. 재택이 일하는 형태의 논쟁 중심에 있을 만큼 디지털을 통한 연결성은 일하는 곳에 반드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기존 관념을 뒤흔들고 있다.

산업 혁명 이후에 인간의 역할과 가치가 물질화되고, 전체가 아닌 과정의 일부로 종속되었다면, 현재의 인간은 디지털이라는 막강한 도구를 바탕으로 그동안 상상도 못했던 지식과 기계화(혹은 자동화)를 통해 경계를 뛰어넘는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제 인간은 컨베이어 벨트의 한 구간에 머무는 존재가 아니라 자동차 제조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책임지는 역할을 담당한다. 단순한 과정을 수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던 것에서 복잡성을 이해할 수 있는 지식을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역량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지식 산업 시대의 도래 이후로 성과를 잘 내는 사람은 과정의 한 부분에 종속된 사람이 아니라 전 과정을 아우르는 사람이다. 스스로 의지를 가지고 일을 하는 사람이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식을 통해 결과 창출하는 시대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지식의 폭과 깊이를 얼마로 가져갈 지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개인의 의지치에 결정되기 때문이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인텔의 CEO를 역임했던 앤디 그로브(Andy Grove)는 사람의 성과(P: Performance)는 일하고 싶은 의지(M: Motivation)와 일과 관련된 그 사람의 역량(A: Ability)의 곱이라고 정의했다.

P = M x A

인텔이 산업을 지배하기 직전 진공관에서 고직접 회로 시대로 이행됐고, PC를 기반으로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Paradigm)이 태어나기 시작했다. 인텔은 지식의 범위가 자본을 가진 기업 중심에서 일반 개인으로 확장되기 시작하면서 보편적이며 확산을 가속화하기 위한 수단을 제공했으며, 기술 집약 혹은 지식 노동자가 가치를 만드는 대표적인 회사였다.

무어의 법칙을 실행하는 회사였기 때문에 도전과 성장이 필수었고,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성과가 필요했다. 앤디가 정의한 성과 모델은 지식 기반 노동과 고부가 가치를 추구하는 환경에 적합한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가치를 만들고 싶은 사람이 일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또 그럴 때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든다. 조직 역시 사람이 구성하는 것이기에 구성원의 능력과 일에 대한 의지의 관계성에 따라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드는 조직 혹은 회사가 된다.

 

성과가 만들어지는 두 가지 요소인 의지와 역량을 XY 축으로 놓고, 사분면에 위치하는 구성원의 특징을 정의해볼 수 있다.

마이크로매니징(Micro-managing) – 업무와 업무 지식이 부족하고 일의 의미를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다. 하고 싶은 일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해야 할 일을 지시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경우 “일”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명확한 가이드와 전후 맥락에 대한 설명과 구체적인 지시가 있어야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지속적인 반복을 통해 일의 흥미를 느끼기 시작하고 스스로 하고자 하는 의지가 생기기 시작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만약 스스로 이런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면 본인과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나치게 자신을 현실에 묶어두기보다는 다른 일을 찾는게 현실적이다.

가르침(Teaching) – 의욕은 충분한데 본인의 지식이 아직은 부족하거나 완숙되지 않았다. 주로 신입 사원 경우가 대표적이다. 본인을 일로써 증명하고 싶고, 빠른 결과를 위해 조급하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다. 약간의 자제와 더불어 성향에 따라 어느 방향으로 나가면 좋을지 방향을 잡아주면 좋다. 그리고 방향에 맞춰 나가고 있는지를 주기적으로 체크하면 된다. 마이크로매니징과 다른 점이 여기에 있다. 마이크로매니징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반면에 가르친다는 것은 방향으로 과제를 주고, 과정으로 과제를 해내는지를 관찰하는 것이다.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것 역시 본인의 몫이다. 이야기한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 분명 그쪽으로 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질문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하도록 해주면 더 좋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존중과 경청을 보여주면 더욱 효과적이고 스스로 다음을 볼 것이다.

위임(Empowering) – 일을 왜 하는지 그리고 일을 감당할 수 있는 혹은 그 이상의 지식을 갖추고 있는 상황이다. 도달해야 하는 목표를 알려주고 필요한 지원이 무엇인지를 확인한다. 위임 단계의 가장 큰 지원은 책임져 주는 것이다. 처음 위임을 통해 업무를 스스로 진행하는 사람은 자신을 믿지 못한다. 할 수 있나? 혹은 해도 되나? 와 같은 질문들이 스스로를 괴롭힌다. 이 상황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 위임한 사람의 신뢰다. “책임은 내가 질테니 한번 해봐라.” 와 같은 실행하는 사람의 책임이 아닌 위임한 사람이 책임지는 신뢰가 드러나야 한다. 여기에서 신뢰는 상호 신뢰다. 위임의 기본은 받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겠지만 반대로 내가 아닌 위임하는 사람의 책임을 믿어야 하기 때문이다. 상호 신뢰 기반의 위임이 반복되면 스스로 방향을 찾아 나갈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썩은 사과(Rotten Apple) – 능력을 일이 되는데 발휘하는게 아니라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도 될 이유를 찾는데 이용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자신은 값어치만큼 일한다고 믿고 있고 또한 충분히 일한다고 주장한다. 조직 시스템이 돌아가기 위해 각자가 해야 할 일의 몫은 조직의 다른 구성원의 몫을 채우는 것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밖에서 돈을 버는 사람은 내부에서 자신을 지원하기 때문에 돈을 벌지 않는 다른 사람의 몫까지 더해 벌어야 한다. 내가 받는 연봉의 3~5배 매출을 해야 조직이 돌아가는 이유다. 이 상황에서 자신의 연봉만큼 번다는 것에 만족하며, 되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사람이 있다. 여름에 먹을만큼 일하고 겨울에 굶어죽는 베짱이와 다름이 없다. 한 사람이라도 이런 사람이 있다면 사람의 이기적인 유전자를 통해 조직에 급속하게 전파된다. 저 사람이 일을 안 하는데 내가 열심히 일할 이유를 찾는 사람은 없다. 이기적 유전자는 내가 남보다 낫기를 원하지만 남보다 나아질 상황이 안 되더라도 남보다 못한 대우받길 원치 않는다. 경제체제로써 공산주의가 망한 이유다. 공산 체제처럼 공멸하는 조직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런 사람은 빨리 내보내야 한다.

리더십의 동기 부여 – 성과(Performance)란?

성과를 이야기 시작한 시점은 언제부터일까? 식구들 먹이기 위해서 산으로 들로 나가던 시절에는 성과라는 단어는 없었다. 성과는 생활을 영위하는 것 이상의 잉여(剩餘, surplus)가 생기며 등장했다. 인류사 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지만 사람들이 먹을 것을 찾아 이동하는 것을 멈추고, 남은 것을 서로 교환하기 위해 화폐 비스무리 한 것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잉여 활동은 확장됐다. 잉여를 더 많이 만들수록 남들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것이 확인됐고, 연명하기 위한 생산이 아닌 축적하기 위한 생산을 통해 부(富)를 실현했다. 당연히 단위 시간당 더 많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고민하면서, 성과라는 개념이 도출됐다.

성과를 과학적으로, 체계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명확한 결과를 보여준 시점이 산업혁명 시대다. 물론 이전에도 성과라는 단어와 개념이 존재했지만, 단위 시간당 생산량이라는 관점은 산업혁명부터 제대로 구현되기 시작했다. 산업혁명 시기에 여성 노동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옷감 만들기가 방직 기계로 대체됐다. 장시간에 걸친 반복적인 작업이 필요하기에 비쌀 수 밖에 없었던 면직물이 대량 생산되기 시작하면서 산업의 변화, 즉 혁명을 일으켰다. 사람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 기계를 움직이기 위한 힘으로 수력이 사용되면서 시간당 생산량이란 개념을 실현했다. 수력에 의해 움직이던 방직 기계가 증기 기관이라는 혁신적인 동력원을 통해 산간, 해안 지대에서 수요처와 가까운 도시 지역으로 옮겨졌다. 충분한 생산량은 지역내의 소비가 아닌 국가간 무역을 촉진하면서 무역상이라는 거대 자본의 탄생 배경이 됐다. 그리고 해상 무역을 통해 세력을 키우던 영국이 스페인의 무적 함대를 무찌르면서 당시 세계 판도가 바뀌는 사건도 일어났다.

생산 관점에서 또 다른 성과의 변화를 보여준 것이 포드(Henry Ford)의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한 자동차, 즉 모델 T(Model T)의 생산 방식이다. 현재까지도 마찬가지이지만 자동차는 대단히 복잡한 생산품이다. 수많은 부품들이 오차없이 동작해야만 돈값하는 물건이라 비쌀 수 밖에 없다. 당연히 복잡한 동작을 제대로 이해하고 퀄리티 있는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사람도 흔하지 않았다. 이래저래 비쌀 수 밖에 없는 물건이었고, 가진자의 전유물로 인식되었다. 이런 값비싼 자동차를 일상의 자동차로 변화시킨 것이 바로 포드의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다.

포드가 실현한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 이전과 이후의 가장 큰 차이는 효율(Efficiency)이 생산의 핵심 개념으로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복잡성을 이해하는 소수의 전문가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했다. 전문가를 돕는 조수들이 있었지만 전문가의 지시를 받아야 했고, 전문가 수준의 경험을 쌓기 위해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반해 포드 방식에서는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차가 작업자가 위치한 곳에 오고 작업자는 자신이 해야할 지정된 작업을 자신 앞에 차가 머무는 시간 안에 마쳐야 한다. 각각의 작업은 단계로 구분되고 작업자는 자신의 작업 결과만 책임을 지면 된다. 차량 한대가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전체 과정을 마쳐야 완성되기 때문에 한 과정의 실수가 전체 품질에 영향을 준다.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한 사람이 감당할 작업의 난이도를 낮추기 위한 방안으로 과정을 분해해 잘게 나누는 방법이 사용됐다. 언뜻보면 잘게 나누면 사람만 더 많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이 더 들어가는 것은 맞지만 한 과정 자체의 복잡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전문가를 숙련도가 낮은 사람으로 대체할 수 있다.

공정에 참여하는 사람이 감당할 문제가 간단해졌으니 이제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만 올리면 된다. 이전 속도는 꼭 있어야만 하는 “사람의 속도”에 의해 좌우됐지만 이제 낮은 속도를 보이는 사람은 열심히 하겠다는 사람으로 교체하면 그만이다. 꼭 그 사람이 아니어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다. 대량 생산 체계라는 시스템의 등장이고, 속도의 주체였던 사람은 컨베이어 벨트의 속도를 따라가는 존재가 됐다.

대량 생산 시대에서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효율이다. 단위 시간당 생산량(Throughput)이라는 숫자가 성과를 좌우하고, 숫자가 올라갈려면 나만 잘하면 되는게 아니라 전체가 잘 해야 한다. 단순화해서 업무 단위를 나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 사람은 자원(Resource)이기 때문에 너무 많으면 곤란해진다. 프로세스를 효율화하고 효율화된 프로세스에 맞는 사람이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러니지만 이런 사람을 길러내기 위해 소위 공교육이 도입된 것도 사실이다. 알아야 하지만 많이 알 필요는 없기에 초등학교 과정이 대부분의 산업화 시작 국가에서 시작된 이유이기도 하다. 중/고등 교육은 수반되는 비용 문제로 OECD 수준의 국가는 돼야 생각해 볼 수 있다.

Throughput 중심의 성과에 대한 관점 변화는 2차 세계 대전 이후 촉발된 새로운 경쟁 구도로부터 시작되었다. 냉전과 거대 자본을 통한 글로벌 경쟁 환경은 더 빠른 계산을 요구했다. 주판알을 튕겨 숫자를 맞추던 시대에서 순식간에 몇 만장의 회계 장부를 처리하고, 달에 사람을 보내기 위한 수만가지 변수를 고려한 반복적인 계산이 필요한 환경은 기존과 다른 방법을 요구했다. 결과적으로 컴퓨터가 복잡성과 반복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트랜지스터에서 출발한 고직접회로(IC) 칩과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제작에서 사람이 기여하는 핵심은 설계(Design)지 제작(Manufacturing)이 아니다. 사람이 직접 필요한 단계 역시 설계 과정이지 제작 과정이 아니다. 대부분의 제작은 사람 손으로 할 수 없는, 마이크로미터 혹은 나노미터의 작업이다. 손떨림이 있는 사람이 하는게 아니라 기계가 할 수 밖에 없다. 더해서 설계를 하더라도 생산 설비와 환경이 고려된 방안이 나와야 실효성있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 반복적인 작업은 이제 기계가 담당해야 하고, 사람은 설계와 구조를 고민하고 시스템을 만들어야 시대가 요구하는 바를 만족시킬 수 있다.

생산에서 사람이 어떤 역할을 하느냐는 Performance를 바라보는 중요한 관점이다. 대량 생산 시대에서 사람은 자원으로 정의되었으며 심한 경우 시스템을 구성하는 부속품 수준으로 간주된다. 국가 수준에서 제한된 지식의 확산이 2차 대전 이후 국가 경계를 넘어 극적으로 확대되었다. 그리고 IC칩과 컴퓨터의 출현은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 이제 정보(Information)라고 말하고 있고, 인터넷을 통한 정보 유통이 새로운 권력과 부의 지배 구조를 만들고 있다. 정보 기반의 새로운 산업 혁명이 시작됐다.

지식 기반 산업 시대에 “사람”에게 요구되는 성과는 단위 시간당 생산량이 아니다. 높은 가치 창출을 자기주도적으로 만들길 요구하고 있다. 시키는 일을 하면 되는게 아니라 맥락을 파악하고 종합적인 판단과 실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컨베이어 벨트의 한 부분에 서 있는게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를 창조하는 것이 새로운 산업 혁명 시대의 개인에게 요구되는 성과다.

세상의 흐름을 살펴보면 아이러니 투성이다. 역사를 재미뿐 아니라, 지식으로 알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